대부분의 40, 50대들에게 남아있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이미지는 '강인하지만 잔인하고 호전적'이며 많은 책들이나 영화속에서도 인디언들은 늘 '선량한 백인'들을 위협하는 악의 무리로 그려졌다. 독재정권하에서의 '반공교육'이 그러했듯이 단 한차례도 사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없이 승자인 미국인들이 만든 의도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이러한 뒤틀린 선입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또 많은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진솔하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삶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현자(賢者)에 가까운 삶을 살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J G 니어하트(1881~1973)의 '검은 고라니는 말한다'(두레 펴냄)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을 가장 가깝게 묘사한 수작이자 인디언들의 영혼을 노래하고 멸망을 사실대로 기록한 영적인 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검은 고라니(Black Elk, 1863~1950)는 인디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용맹하게 저항한 오그랄라 수우족 출신으로 9세때 12일동안 죽은 듯이 누워 앓으면서 계시를 받은 인디언 예언자이자 주술가였다.
그는 당시 멸망하는 자신의 부족을 구원하라는 계시를 받았으나 이루지 못하고 67세때인 1930년 니어하트를 만나 구술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니어하트는 검은 고라니와 함께 여러 전투에 참가했던 친구들, '불천둥' '서있는 곰' '철매' 등의 구술을 합쳐 생생하고 서사시적인 인디언사를 만들어 냈다.
19세기의 아메리칸 인디언의 삶은 저항과 도피, 학살로 점철된 수난사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전쟁과 평화협정 속에서 남은 것은 1890년 남부 다코타의 운드니드에서 있었던 대학살을 끝으로 한 굴욕적인 항복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속에서도 그들의 삶은 동양의 은일한 현자들의 삶에 다름 아니었고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그들의 언어는 영혼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인디언들은 인종학적으로 동양권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이제는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아름다운 언어와 너무나 유사하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농사와 관련해 '곡식에 비가 내림(곡우)' '찬이슬(한로)' '서리 내림(상강)'등의 단어로 표현한 데 반해 인디언 들은 1년 12달을 '서리가 지는 달(1월)', '송아지털이 검붉어 지는 달(2월)', '눈(雪)에 눈(目)이 머는 달(3월)', '풀이 나타나는 달(4월)', '조랑말이 털갈이 하는 달(5월)', '살찌는 달(6월)', '산딸기가 붉어 지는 달(7월)', '산딸기가 검붉게 되는 달(8월)', '자두가 검붉어지는 달, 송아지털이 자라는 달, 송아지가 검어지는 달(9월)', '계절이 바뀌는 달(10월)', '낙엽이 지는 달(11월)',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12월)'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나타났듯 그들의 이름도 하나같이 정감이 가득한 것들인데 수우족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투쟁했던 대추장 '앉은 황소', 오글랄라 족 추장 '붉은 구름', 짐승 쓸개를 먹었다고 붙여진 '쓸개즙', 리틀 빅 혼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던 '미친 말'과 '점박이 독수리', 금발 곱슬머리로 인디언 토벌에 나섰던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은 '긴 머리칼'로 불렸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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