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와 발코니는 모두 서양식 건축물의 특징이다. 둘 다 건물 본체의 앞쪽으로 툭 튀어나온 공간이지만 단층의 그것을 베란다라고 하고 2층 이상의 것은 발코니라고 부른다.
나폴리 빈민가의 발코니는 속옷들이 널린 세탁물 건조장이다. 그래서 나폴리에서는 빨래가 널린 발코니 풍경을 '나폴리의 깃발'이라고 부른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의 구식 아파트에서도 발코니는 빨래 건조장 구실을 한다. 발코니가 따로 없거나 좁은 중국의 아파트에서는 작대기를 창 너머로 길게 내놓고 거기에 빨래를 묶어 말린다.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도 발코니는 빨래 건조장이고 장독대였다. 장독이 사라진 요즘 발코니는 빨래 건조장으로 기능할 뿐이다. 고급 아파트의 발코니에는 아예 빨래 건조대가 없다. 그냥 발코니로 덩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집안을 조금 넓게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파트의 발코니는 수백 만원을 들여 터야 할 애꿎은 공간일 뿐이다.
노르웨이에서 발코니는 주부들이 남편을 기다리는 공간이었다. 난간에 걸터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주부들은 역시 발코니에 걸터앉은 옆집 여자와 잡담을 나누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소문은 발코니에서 발코니로 전달돼 마을 전체로,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노르웨이의 발코니는 빨래 건조대가 아니라 소문의 근원인 셈이다.
발코니가 없었던 우리나라 아낙들에게 소문의 근원은 우물가였다. 빨래를 한아름씩 머리에 이고 나온 여자들은 종일 방망이질을 하며 소문을 낳고 살을 붙였다. 공동 빨래터가 사라진 요즘 주부들에게 소문의 근원은 어디일까. 인터넷일 것이다. 인터넷 덕에 소문은 여론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기도 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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