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시험 채점 결과에서도 재수생들의 초강세가 그대로 입증됐다. 고3 수험생들 특히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로서는 피를말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심화되는 재수생 강세는 재수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일이다.
▨어느 정도 차이인가=재학생과 재수생 사이에 전체 집단의 평균 점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 4년제 대학 지원이 가능한 상위 50% 집단의 점수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인문계는 재학생 평균점이 260.8점으로 재수생보다 13.4점이나 낮다. 이는 지난해 11.3점 차이보다 더 커진 것으로 재수생들은 작년 재수생보다 6점 하락한 데 비해 재학생들은 8.1점이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연계의 경우 격차가 더 크다. 지난해는 재학생과 재수생 점수차가 15.8점이었으나 올해는 20.8점으로 벌어졌다. 재학생들의 점수 하락이 재수생의 두배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체 집단으로 비교했을 때 재학생과 재수생 격차는 지난해 인문 29.6점, 자연 41.4점에서 올해 인문 24.8점, 자연 46.5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재수생 강세의 원인은=재수생 강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고3 재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던 작년 고3생에 비해 올해 고3생들의 학력 저하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실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수능시험 뿐만 아니라 올해 치러진 각종 모의고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고사에서도 40~50점 이상의 격차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를 고3생들의 평균적인 학력 저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고3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우선 예전과 달라진 재수 경향을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3때 시험을 못 치른 수험생들이라면 으레 재수를 고려해 봤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상위권 수험생들의 '의예과 재수'가 일반화됐다는 것.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한 수험생들은 물론 더 나은 대학 의예과에 진학하기 위한 의예과 1학년생들의 재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다'군에 있던 수도권 모 대학 의예과의 경우 '가'군 의예과 합격선 폭등으로 고득점 수험생들이 몰렸으나 여름방학이 지나며 절반 이상이 휴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시험의 지향점이 재수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교과서 범위에서 벗어나 통합교과적이고 실생활에 가까운 참신한 문제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는 대학생활이나 재수생활을 한 학생들이 한결 낫다는 것.
교사들은 "수능에서 재학생과 재수생의 성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독서, 토론 중심의 학습과 실생활 위주의 사고 등 학교 교육 전반에서 변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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