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택의 마지막 기로에 선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유명 입시기관의 배치기준표에서부터 인터넷 사이트 속 수험생들의 근거없는 지껄임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만한 게 없어 보인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은 입시 시장에도 정보의 공유라는 혜택과 함께 불량 정보 양산이라는 해악도 가져왔다. 문제는 누구도 유익한 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에 발을 헛디뎌 실패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는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쏟아지는 입시정보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할 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분석해본다.
▲다양한 잣대 어디를 믿나=배치기준표, 흔히 말해 잣대는 입시계에서 필요악으로 꼽힌다. 수도권 입시기관들은 최근 수능 채점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요 대학별 지원가능점을 언론에 발표하지 않는 대신 배치기준표를 만들어 일선 고교에 배포하는 일은 계속한다고 밝혔다.
앞뒤가 안맞는 얘기다. 대학·학과 서열화, 다양한 전형 요소 배제 등 부작용이 많아 획일적이고 불확실한 지원가능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 놓고 그보다 더 세분화시킨 배치기준표를 고교에 배포한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에 다름 아니다.
이는 현실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잣대의 실제적인 효용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전형방법이 아무리 다양해졌다고 해도 대학·학과의 암묵적인 서열과 선호가 존재하는 한 그 기준이 될 만한 지침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배치기준표, 그것도 여러 기관에서 쏟아지는 자료들 가운데 어느 지원가능점에 맞춰 대학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가령 A기관의 잣대로는 가능한 학과가 B기관의 잣대로 힘들다면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우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이 있는 곳의 유명 기관에서 만든 잣대를 참고하라고 권한다.
대구라면 일신학원이나 진학지도협의회, 부산이라면 부산학원이나 부산진협 등에서 만든 잣대가 표본집단이나 그동안의 결과 분석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확실하다는 것. 수도권 대학이나 유명 기관이 없는 지역의 대학을 선택할 경우 아무래도 수도권 입시기관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결국 수험생과 학부모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가 된다. 입시기관들의 잣대 사이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한두 곳을 믿고 소신지원하느냐, 여러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안전하게 꼽는 곳에 안전지원하느냐는 문제는 누구도 결정을 대신해줄 수 없다.
▲전년도 입시 결과를 참고하라=입시기관들이 발표한 잣대가 서로 엇갈리거나 신뢰가 가지 않을 때는 대학측이 발표한 전년도 입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험서나 대학 홍보물, 인터넷 홈페에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올해 경우 2001학년도와 2002학년도 입시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대체로 합격자들의 수능 평균 점수나 90% 수험생의 수능점수가 공개된다. 대학들의 일방적인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지만 현재로는 선택할 만한 방법이다. 전년도 결과가 지나치게 높으면 경쟁률이 떨어지고, 너무 낮으면 합격선이 낮아지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 대학들은 정확한 정보를 발표하는 게 보통이다.
대구가톨릭대학처럼 이번 입시 전형방법이 지난해와 상당한 변화가 있을 때는 일단 총점을 기준으로 판단한 뒤 반영 영역이나 영역별 가중치 등을 따져보면 된다.
▲전화 상담이나 인터넷에 의존하지 말라=지난해부터 입시시장에 뛰어든 ARS 입시상담 서비스가 올해는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불안감에 어디든 기대고픈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심리를 노린 고도의 상술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아무리 입시상담의 전문가라고 해도 전화를 통해 몇 가지 전형요소와 지원 학과를 듣는 것 만으로는 깊이 있는 상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 상담, 그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입시 상담은 수험생과 상담자가 얼굴을 맞대고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이라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사라지는 입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부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상업성을 앞세운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입시전문기관이나 이름이 알려진 사이트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아닌 수험생들끼리의 토론에는 가급적 깊이 발을 담그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단 수험생들의 실제 지원 결과나 논술·면접 참여 소감, 선·후배들의 조언 등은 의외로 실속 있는 경우가 적잖다.
김재경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