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감정변화와 몸

우울한 사람 폐기능 나빠신기능 약하면 공포과다

감정변화는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까? 또 웃음은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엔돌핀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그 답은 절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감정변화는 전신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질병의 발생이나 인간의 수명에도 영향을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감정을 신체 내 장부(臟腑)와 직접 관련시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을 성냄(怒), 웃음(喜), 생각(思), 슬픔(悲), 근심(憂), 놀람(驚), 두려움(恐) 등 7가지로 구분한다.

이 감정들을 오행(五行)과 연관시켜 성냄은 목(木), 웃음은 화(火), 생각은 토(土), 슬픔과 근심은 금(金), 놀람과 두려움은 수(水)와 각각 짝을 지었다.

그리고 오행의 순서대로 오장(간.심.비.폐.신)이 연관해 성냄은 간, 웃음은 심, 생각은 비, 슬픔.근심은 폐, 두려움.놀람은 신과 짝을 이뤄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감정변화가 오장에 영향을 미치고 혹은 오장의 변화가 감정으로 표현된다는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이다. 예를 들면 신경질적이고 아무런 이유없이 화를 잘 내거나 큰 목소리를 내며 마치 싸울듯이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간기능이 정상치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실없이 웃는 사람은 심기능이 이상한 것으로, 잡다한 생각이 많아서 항상 근심에 빠지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사람은 비기능이 이상한 것으로 판단한다.

늘 침통하고 우울하며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폐기능이 나쁜 경우로 본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공포심이 많고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사람은 신기능이 약한 것으로 진단한다.

지나치거나 부족한 감정변화는 신체의 한열변화를 초래한다. 화나 웃음은 신체의 열을 만들고 슬픔.근심.두려움.공포감은 신체를 싸늘하게 만든다. 이런 한열변화가 지속되면 장부의 생리적 균형을 깨뜨려 병을 만든다.

따라서 평소 신체에 열이 많은 사람은 열을 만드는 감정을 자제해야 하고 몸이 찬 사람은 기운을 차게 하는 감정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화를 많이 내면 간이 나빠진다고 한다. 간과 성냄은 상호관계가 있어 지나친 화는 열을 만들어 간을 피로하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간은 간기울결(肝氣鬱結), 간화상염(肝火上炎) 등으로 표현되는 증(證)을 의미하므로 양방의 간장(liver)과 다른 개념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감정 표현을적절히 해야 하겠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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