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케팅 전문가의 진단

대구에 대형소매점이 첫선을 보인 1997년만 해도 각 업체들은 20만명을 기준으로 3천평 규모의 점포를 냈다. 그러나 지금은 과당경쟁으로 10만명당 1개점이 출점하고 있고 이 추세로 간다면 2, 3년내에 5~7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성서지역을 보면 E마트, 월마트, 성서하나로클럽이 출점한 상태에서 5일 홈플러스까지 개점, 생존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형소매점은 4, 5년 전만해도 고용창출, 중소제조업체 판로확대, 낙후지역 개발, 소비자들의 삶의 질 향상 등 긍정정인 측면이 강조됐다. 그러나 무차별 점포확장으로 2, 3년전부터 중소형 유통업체의 기반 붕괴, 재래시장 위축, 영세 제조업체 판로봉쇄,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로 지역경제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다.

또 대형소매점이 제조업체를 장악하고 사실상 가격결정을 주도하면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저가격 경쟁이 판을 치고 있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게 보이기 위해 의미없는 중량구분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유 950㎖, 세제 2.25㎏ 간장 0.9ℓ 등 소비자들이 용량을 정확히 보지 않으면 가격이 낮다고 착각하도록 표기를 하고 있다.

회원제 창고형점포와 일반 대형소매점간 가격분쟁이 일기도 하는 등 같은 대형소매점간의 경쟁도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997년 모 일반 대형소매점이 매출증대를 위해 화장지 가격을 입회비를 받는 회원제 창고형 대형소매점과 맞추자 견디다 못한 제조업체가 공급을 중단한 사례도 발생했다.

대형소매점을 할인점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업체간 제품과 질이 다른 상태에서 단순 가격비교는 의미가 없다. 소비자들은 일시적으로는 대형소매점간의 가격경쟁에 혜택을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배진우.계명마케팅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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