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단체장은-낙동강 70리 생태공원

모든 사회적 질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우선해 실천 해야할 규범이자 마지막 양심과도 상통할 것이다.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질서와 버금가는 것이 자연상태계의 질서 아닐까. 자연생태는 곧 인간의 삶과 궤를 같이 하는 분리불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산물로 삼한사온이 아련한 겨울 추억으로 반추되고 여름철 밑도 끝도 없는 게릴라성 호우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개발논리 우선에 자연생태 질서문제는 무시되고 뒷전으로 버려진 필연의 결과다. 인간생존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그 옛날 안동의 자연환경은 어떤 모습이었던가. 소금을 실은 황포돛배가 700리를 거슬러 눈 앞의 낙동강에 드나들고 여름이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은어떼가 그 물줄기 따라 올라 푸른 강물을 은백으로 물들였다.

낙동강의 진원지는 강원도 황지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흐른 물이 안동에 이르러 반변천과 합쳐지는, 이수(二水)의 물줄기에서 낙동강이란 이름이 지어져 안동은 낙동강의 실제 출발점이다.

안동 경계내의 낙동강 70리 주변 풍광은 너무 아름다웠다. 시역의 귀래정을 시작으로 풍천 병산을 돌아 흐르는 옥수, 풍산 마애숲과 은모래사장,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그 비경을 극찬한 물도리동 하회마을을 거쳐 예천 경계지점인 구담습지까지.

그러나 25년전 안동댐이 들어서고 상황은 달라졌다. 생태환경이 달라지면서 반수반어라던 풍성한 어족은 몰라보게 빈약해 졌고 온갖 폐수가 유입돼 낙동강 최상류의 수질이 무색해진데다 지천에 깔렸던 넓은 백사장은 소(沼)나 잡초로 뒤덮였다.

더욱 심각했던 문제는 온통 안동댐으로만 쏠리는 관심이었다. 국토개발 정책을 앞세운 정부의 장밋빛 홍보 덕택에 주민들은 안동댐이 경제적 풍요와 낭만적인 물의 도시를 만들어 줄것으로 믿었고 댐주변 개발은 단체장들의 으뜸 치적이었다.

타지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음하는 안동 낙동강 70리를 제자리로 돌려 놓고 우리 모두가 아우를 수 있는 생명 공간으로 부활시키고 싶었다.

다행이 그 기회를 얻어 안동시에서 풍천면에 이르는 낙동강 수역에 다양한 수서생물과 어류, 동식물이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현장에 오지 않고서도 생태공원의 모습과 학습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사이버 생태공원 조성도 포함시켰다.

이사업 내용은 구담습지 정비가 골간이다. 유수의 흐름을 막는 습지일부를 터내고 보존해야할 습지에는 자연석축을 둘러 그 자체를 강 속의 소공원화 하는 것으로 학계의 자문을 받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사업비로 5억원을 마련해 두었다.

또한 남후면 하아리 낙동강변 포플러단지 일대에 캠프장과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어 청소년 심신수련장으로 활용하고 시내 낙동강변에는 이미 개발된 시설을 이용, 다양한 수상레저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원형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곳은 완전한 복원에 주력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친환경적인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찾게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보호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재난방지 대책은 물론 필수다.

미완의 구상이지만 첫걸음을 내 디딘 만큼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다만 개발이란 미명 아래 또 다른 훼손과 파괴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하천정비 모범사례로 이름나기보다는 말없이 사람을 끌어 들이고 그 속에서 합일하는 그런 낙동강 70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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