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우왕좌왕 경찰

일요일인데도 지난 1일 오후 대구 달서경찰서는 대구·경북 사상 최악의 금융사건 수사때문에 형사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수사형사들은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취재기자들을 당황케 한 것 중 하나는 이체한 60억원 중 범인들이 얼마를 빼내 갔는지조차 경찰이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것. 경찰은 사건 당일 수표 9억원을 포함해 39억5천400만원이 인출됐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나흘째인 2일 오전에도 경찰은 그 액수가 39억5천400만원이라고 되풀이했다. 그러나 농협 대구본부는 범인들이 빼내 간 돈은 모두 현금이고 액수는 39억400만원으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하루 종일 서울 등 수도권 은행을 돌아다녔다는 한 형사는 "현금이 수도권 4개 은행 7개 지점에서 분산 인출됐고 정확한 인출 자료를 요청해도 지점마다 연말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협조를 제대로 안하더라"고 둘러댔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2일 주범 구자강과 공범 4명의 사진이 담긴 공개수배 전단지 3천장을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수사 관계자는 "신원이 드러난 만큼 범인 검거는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자력으로는 정확한 인출 금액조차 알아내지 못하는 경찰이 과연 이번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더욱이 달서경찰서는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지못해 개구리소년 사건을 미궁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산 적도 있다.

달서경찰서는 뺑소니 사건 외에는 그다지 뛰어난 사건 해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뭣이 잘못됐을까. 한 경찰 간부조차 비슷하게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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