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經濟 정책, 너무 조급하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뭔가에 쫓기는듯한 '조급증'환자가 연상된다. 정책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 부작용을 검토한 뒤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속전속결식 일방주의로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니 그만큼 '미숙아'를 낳을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 정책이 가벼워지면 정책의 신뢰성도 덩달아 경박해진다는 사실이 새삼 강조돼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개인워크아웃 신청 대상자 범위를 3개 이상 금융기관 채무액 5천만원 이하에서 2개 이상 금융기관 3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했다. 대상 범위는 4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현행 2단계에서 마지막 4단계로 전면 해제한 셈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한달이 지나도 100명도 신청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에 문제가 없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개인의 신용, 나아가 사회 전체의 신용으로 연결될 중대한 정책을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굳이 발표해야할만큼 촉박했느냐는 점이다. 누가봐도 '정치 논리'에 눌려 경제 논리가 실종된 묘한 시점인데 이런 정책을 내놓았으니 '선심 행정'이라는 비판을 넘어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엊그제는 몇 년간 실시해 온 신용 확대정책이 가계 부실을 불러온다며 하루 아침에 신용 관련 돈줄을 묶어놓아 신용불량자를 양산시켜놓고 이제는 이들을 구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병주고 약주는' 꼴이 됐다.

또 행정부의 '정치적 중립' 선언은 온데 간데 없고 은행권과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정부의 발표에 정면으로 맞섰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었으며, 이제는 "당장 실시는 곤란하다"고 하니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신용불량자 250만명 중 9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단순 수치상 잣대로 경제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의 근간인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정책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국민들 눈에 급조된 정책이라는 의심이 가면 그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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