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피아노 치는 대통령

여기 사고뭉치 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홀아비 대통령이 있다. 딸의 교화를 책임진 미모의 열혈 여교사는 대통령인 딸의 아버지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이만하면 대통령과 여교사, '신분'을 넘어선 사랑이 싹틀만 하지 않을까.

'피아노치는 대통령'(감독 전만배/6일 개봉)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전면으로 내세운 최초의 영화다.

그런데 이 대통령 좀 웃긴다. 위엄찬 대통령이 한낱 여교사 하나에 쩔쩔 맨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교사라는 신데렐라식 우화는 재기발랄함을 넘어서 평범한 해프닝으로 김이 빠진다.

대통령 한민욱(안성기 분)은 지하철에서 노숙자 차림을 하고 잠행시찰을 하고 느닷없이 시민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애민사상을 몸소 실천하며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얻고 있는 대통령이다.

최은수(최지우 분)는 학생의 편에서 학교와 마찰을 일으키다 번번이 다니던 학교에서 잘리고 수 차례 옮긴 전력이 있는 트러블 메이커. 그러나 교사로서의 소신은 누구보다 투철한 여자다.

은수는 수업시간중 교실을 나가버리는 문제학생 영희를 붙들어 부모님에게 전화하라고 호통친다. 급기야 영희가 불러준 번호로 전화하고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그곳은 다름아닌 청와대였던 것. 은수는 학교를 찾아온 대통령 민욱을 혼내고, 황조가 100번 쓰기 숙제를 시키는 등 황당한 일을 시키고, 둘은 사랑의 종착역을 향해 좌충우돌식으로 내 달린다.

극중 안성기는 부성애에 찬 온화한 대통령으로 적격이며, 최지우도 사랑스런 여교사로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기가 막힌' 로맨스로 전락한 것은 시나리오 전개의 혼란때문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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