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家長)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늘어나는 교육비에, 수입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한다. 평생직장 개념마저 희미해진지 오래. 더구나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오늘날 가장들의 가장 보편적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30대 역시 재테크 플랜의 해방구일 수 없다.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에 사는 회사원 김준형(가명.35)씨의 사례를 통해 30대 가장이 짜놓은 재정 설계를 들여다 본다.
대졸 입사 8년차인 김씨의 월평균 급여는 250만원, 연봉은 3천만원이다. 아내(34세)와 두 아들(6세, 3세)을 두고 있다. 18평 아파트를 갖고 있지만 담보로 잡고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주식을 포함해 1천만원의 예금자산을 갖고 있으며 개인연금보험(10년만기)에 월 7만6천원씩 5년째 불입중이다. 월 생활비는 200만원 안팎이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
김씨는 업무 과중 등 피로누적에 따른 건강 걱정이 크다. 특히 최근 아는 사람들의 급작스런 사망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학까지의 자녀 교육비와 2, 3년 뒤 32평형 아파트 구입 계획 등 장래에 필요한 재정에 대한 불안감도 떨칠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자금지출 요인 없이 살아왔으나 이제부터는 그 규모가 빨리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대구지역 모 금융기관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김씨의 경우 저축기간과 일할 기간이 충분하기에 '보장+저축+투자+은퇴'의 개념이 혼합된 재정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씨에게 불의의 사고가 생겨 일체의 수입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예상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김씨 가족에게 필요한 자금은 8억9천250만원. 내역별로는 생활자금 3억4천800만원, 배우자 노후생활자금 1억9천300만원, 자녀교육자금 1억6천만원, 자녀 결혼자금 7천400만원, 주택자금 1억원, 기타자금 1천750만원 등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김씨가 현금화시킬 수 있는 자산(준비자금)은 유동자산 및 퇴직일시금 3천456만원, 국민연금(유족연금누계액) 1억원, 기타수입 3천700만원 등 총 1억7천156만원에 불과하다. 김씨가 전혀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 김씨가 희망하는 수준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7억2천94만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김씨의 소득규모와 지출여건 등을 감안할 때 부족자금 7억2천94만원을 커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씨는 필요자금과 준비자금간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 나가도록 재정 및 재테크 설계를 짜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진단됐다.
먼저 김씨는 월부담 23만6천500원의 변액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변액종신보험은 저축, 투자, 연금기능이 융합된 상품으로 국내에는 지난해 7월부터 판매되고 있다.김씨는 필요자금 규모와 준비자산의 비교, 재무목표 등을 감안해 전문가들로부터 매 2년마다 상담을 받기로 했다.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할 시점에는 부인이 부업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서너달 정도 가정경제를 운용해 본 뒤 월 30만원 7년납 연금보험 가입 여부도 결정키로 했다. 또한 주택마련을 위한 저축을 계획하고 신규대출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설계를 짰다. 예금자산은 투자성향과 금융시장 동향을 보아가며 저축, 수익증권, 주식 등에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라이프테크 대구브랜치 이운규 매니저는 "30대들은 대체적으로 자금운용이 무계획적인데다 재테크 및 위험 관리에 관한 마인드가 부족한 편"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인 실천에 옮겨야 할 나이"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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