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로 풀이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웹스터사전에는 '조직이나 회사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임원'으로 정의하고 있고, 캠브리지사전에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니고 권한이 가장 많은 사람'으로 되어 있다.
CEO란 용어는 197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광범하게 사용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세계기준을 도입하는 가운데 빈번히 쓰이게 되었다. 이제는 정부 공공기관.비영리단체.교육기관 등에도 경영개념이 널리 도입되면서 이들 기관.단체의 장(長)에게도 CEO의 호칭을 붙이고 있다.
그러면 오늘날의 CEO는 종래에 우리가 흔히 써오던 사장(社長)과는 어떻게 다를까. 언어의 사대주의라고만 할 수 없는 의미상의 뉘앙스가 이 말 속에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 때 샐러리맨들의 회식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불려지던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라는 노래 '회전의자'의 가사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 사장 자리에 앉혀 주기만 하면 누구든 사장 노릇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CEO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이 그 자리를 빛낼 수 있고 나아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자질과 경영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날 규제 시대의 사장이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한가한 선장과도 같았다면, 오늘날의 CEO는 거친 여울의 물살을 가르는 래프팅의 리더와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전 지구를 하나로 묶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통해 변화관리를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과거 사장의 리더십은 자리에 대한 권위와 힘을 내세워 직원들에게 강제적이고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CEO는 솔선수범과 탁월한 경영능력을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존경과 믿음에서 우러 나오는 리더십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빼놓을 수 없는 CEO의 조건 중 하나는 주주와 시장 중심의 투명하고 열린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어느 부실 대기업의 소유주는 국회 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을 '머슴' 또는 '심부름꾼'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전문경영인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세계기준에 따라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CEO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늘 고심하는 가운데 고객의 수요와 시장의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최근 저서 '미래 사회(Next Society)'에서 CEO는 "고객.주주.지식근로자.지역사회의 이해 사이에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비롯한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투명한 공시와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열린 경영을 펴나가는 동시에, 기업의 윤리적.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래의 경영을 책임질 인재와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도 오늘날 CEO에게 부여된 중요한 책무라 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량기업의 CEO들은 한결같이 성과 중심의 문화를 중시하고 인재 발굴과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경영 시스템이 정교하게 구축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나의 명함에도 CEO라는 영문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명함을 꺼낼 때마다 나는 CEO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김극년(대구은행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