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후보 부인의 나의 삶, 나의 남편-(1)이회창후보 부인 한인옥씨

대선이 1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매일신문은 TV토론 참석 대상인 주요 대선 후보 부인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창한 정책도 좋고 공약도 많지만 후보 부인들을 통해서 듣는 후보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도 지지 후보 선택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한씨는 기자와 만나는 동안 정도(正道)를 자주 이야기했다. '여자문제로 이 후보가 결혼 40년 동안 속을 썩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시어른 내외분이나 친정 어른들도 항상 '정도'로 살아오신 분들이고 남편도 그런 분"이라며 남편으로서의 이 후보에 대해 존경과 신뢰감을 표시했다.

도무지 우여곡절은 겪지 않았을 것 같아 보이는 이-한 부부에게도 40년을 같이 살았으니 말 못할 사연들이 많을 것 같아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가장 크게 부부싸움을 한 기억에 대해서다. 한씨는 "부부싸움 한번 안하고 사는 부부는 없을 것이며 우리 부부도 여느 부부들과 다를 바 없다"며 신혼 초 찬장 때문에 다투었던 일을 떠올렸다.

발단은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호마이카 찬장을 산 것. 이 후보는 퇴근 후 찬장을 보고 "찬장 하나 사는 것까지 처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겠느냐"고 해서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한씨는 그 찬장을 30년 가까이 썼다고 한다. 이 후보는 요즘도 찬장 얘기가 나오면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웃는단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아 이 후보가 가장 미웠을 때가 언제였느냐고 묻자 한씨는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도 많이 미웠다"며 "아들이나 사위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가 얼마나 혹독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본인들도 잘 알고 있을 거라며 정계 입문 이후 7년간을 회고하는 듯했다.

한씨는 굳이 일상과 얽힌 일화를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신혼 초 김장보너스에 얽힌 얘기를 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돼 동료 판사부인들이 김장값이라며 보너스 받은 일을 저한테 얘기하는데 저는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직장 동료들과 포커를 쳤는데, 다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때 남편이 무척 미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미지가 딱딱하다는 평가도 많아 남편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해 물었더니 한씨는 결혼기념으로 딱 두 번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결혼 1주년 때 받은 콤팩트 케이스와 그 1년 뒤에 받은 하트모양 목걸이를 들었다.

"콤팩트 케이스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며 당시로서는 고급품이었다고 했다. 목걸이는 하트 모양이 반으로 갈라지고, 그 속에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것인데 젊었을 때 사진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무난한 질문에 모범 답안만 나올 것 같아 또 짓궂은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 후보의 크지 않은 키(165cm)가 소재였다. 한씨의 키는 162cm으로 작은 키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 만날 때 작은 키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물어봤다.

한씨도 "작은 키가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하얀 얼굴의 첫 인상이 참 신선했고 다른 매력도 있었다고 했다. 또 친정 아버지의 강력한 추천도 이 후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데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후보의 식성을 물어봤다. 한씨는 이 후보가 육류보다 생선을 좋아한다고 했다. 폭식도 하지 않고 언제나 같은 시간에 소식을 하고 담백하고 심심한 음식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또 밖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는 가급적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밥상을 차린다고 했다.

또 이 후보가 우리 토속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된장도 직접 담그고 김치와 밑반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부각을 좋아해 번거롭긴 해도 집에서 직접 만든다고 했다.

한씨는 이 후보가 아침을 거르고 집을 나설 때가 많아 평소 냉동실에 인절미, 백설기 등 떡을 적당량 준비해 두었다가 하나씩 데워서 건넨다. 과일과 오미자차는 한씨가 빠뜨리지 않는 필수품.

한씨 개인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골프는 치지 않는지 물었다. 한씨는 "주위에서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며 "주로 등산이나 체조, 명상을 하면서 몸을 관리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학벌과 집안도 좋은데다 직업을 가질 기회도 많았고 또 밖에서 일하고 싶을 때가 많지 않았을까를 물어봤더니 한씨는 "아주 가끔씩 후회해본 적은 있다"며 사범대학을 나왔으니까 선생님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한씨는 이어 "제 딸은 저처럼 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엄마를 닮아서인지 살뜰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어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속도 상한다"고 말했다.

'이회창'이라는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하루 종일 시골을 누볐음에도 한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웃는 얼굴로 "남편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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