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는가 했더니 또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판수(53.대구 월성동)씨는 최근 새 부인이 위암 판정을 받고 입원하면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재혼하면서 좋아하던 술까지 끊고 다시 건축 공사장에서 목수일을 시작했으나 역경이 또다시 그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
주씨는 첫 가정을 좌절 속에 포기해야 했다. 1987년 당시 초교생이던 딸(7)을 사고로 잃었던 것. 부인은 그 충격 이후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했고, 결국은 가정까지 깨졌다. 딸에다 부인까지 잃은 주씨는 술로 마음을 달래느라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그는 "자살을 수 없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주씨에게 1998년 중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던 한 의사가 중국 동포 여인을 소개해 준 것. 이듬해 두 사람은 결혼했고, 술을 끊은 조씨는 목수일, 부인 김순자(52)씨는 남의 아기 돌보기를 시작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가정을 얻었다고 주씨는 즐거워 했다.
그러나 불행은 그쯤에서 끝날 게 아닌 모양이었다. 부인이 지난달 11일 청천벽력 같은 위암 판정을 받았다.
주위 도움으로 1차 수술을 무사히 마친 게 그나마 다행.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항암치료와 재수술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간병하느라 일하러 나갈 수 없는 주씨에게 주어지는 현재 수입은 생활보호 대상자 지급분 월 25만원이 전부. "그동안 잘못 산 저에게 벌을 내리고 착한 아내에게는 희망만 주십시오".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 올리는 남편의 눈가엔 금세 이슬이 맺혔다. 대구은행 069-05-024143-008(매일신문).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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