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촛불시위는 반미가 아니다

촛불시위가 연 아흐레째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백악관 앞에서는 SOFA 개정과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부시의 사과를 요구하는 단식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 한민족의 화두(話頭) 하나가 떠올라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친구인가. 오만한 독불장군인가. 그리고 촛불시위는 반미인가'. 해답을 풀어보기 전에 SOFA의 역사를 돌아보자.

한마디로 SOFA는 뿌리부터 잘못 심어졌던 불평등 협약이었다. 48년 8월24일 조인된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합중국 군대 사령관간의 잠정적 군사 안전에 관한 행정 협정'은 처음부터 미군과 미군속, 그 가족들에 대한 모든 재판 관할권은 미국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도록 규정됐었다.

실질적인 우방국으로서 피 를 흘려준 6·25 직후 대전에서 체결된 '대전 협정'에서도 여전히 미군과 미군속 ·가족등이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주권국인 한국은 어떠한 사법권도 행사할 수 없는 일방적인 협정 그대로 였다.

그러한 점령군 수준의 협정 아래서 저질러졌던 수많은 미군 범죄 사건중에는 우리 의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준 가슴 아픈 기억들이 숱하게 묻혀져 있다.

풀베는 소녀들에게 총을 무차별 난사한 사건이나(57년 군산) 14살 먹은 소년을 폭 행한 뒤 나무궤짝에 넣어 못질을 한뒤 헬기로 실어 나른 사건(58년 부평) 위안부 들의 머리를 깎아버린 사건(60년 동두천) 나뭇꾼의 옷을 벗기고 사살한 사건(62년 파주)등 숱한 수모와 잔혹한 범죄에도 고작 항의나 할뿐 속수무책이었다고 45년 전 신문기사들은 적고 있다.

그후 약 20년뒤인 1967년 9월 겨우 처음으로 개정이 합의되고 다시 23년 뒤인 91 년 두번째 개정을 거쳐 2000년 12월에 보완됐으나 일본이나 독일 수준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다시 미국이 우방인가, 오만한 제국주의 국가인가란 화두로 되돌아가 보자. 미국 스스로 조사한 전 세계 여론조사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미국에 비판적이고 미국을 싫어하는 국가는 바로 우방국 한국이었다. 미국은 '한국이 은혜도 모르고 반미냐' 할게 아니라 '왜 가장 친한 친구가 더 돌아섰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돌아보라 67년 SOFA 첫 개정 이후 91년 2차 개정까지 20여년간 무려 3만3천여건의 갖가지 미군 범죄와 범법이 저질러 졌음에도 한국의 재판권 행사는 고작 0.7%밖 에 하지 못했다(일본·독일·필리핀은 30%이상이었다). 그러한 불평등 협정을 그 대로 두고 계속 우방국 명분만 염불외듯 하고 있어서는 진정한 우의가 지속될 수 없지 않은가.

대미수출 등 경제적 이해관계나 대북 군사력 균형 유지를 위한 우의 지속은 반드 시 필요하지만 돈과 총구의 힘을 빌린다는 이유로 주권국간의 불평등을 계속 끌고 가자는 것은 친구사이의 논리가 못된다.

자꾸 SOFA를 불평하고 백악관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다가 주한미군 빼 버리고 수 입막아 버리면 어쩔려고 그러느냐는 소위 반미손실 논리는 지금 촛불시위가 번져 가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설득이라기 보다는 자칫 협박처럼 들리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분명히 분별해야 할 것은 침묵시위를 통한 불평등 협정 개정요구 가 과연 반미 행위인가 아니면 친미 유지를 위한 정당하고 이성적인 주권요구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SOFA가 과연 우방국 상호간에 공평하고 정의롭고 옳은 협정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한국도 해외 파병때 비슷한 협정을 했지 않느냐는 핑계가 당장 도움을 받아야 할 약자의 처지에 있는 나라와는 어떤 불평등한 협정을 맺어도 좋다는 논리로 악용돼 서는 안된다.

평화공존이 요구되는 지구촌 우방국간의 상호인권에 관한 협정은 무엇보다 평등과 자주권 존중이 우선돼야 옳다.

한국도 그러한 평화공존과 정의의 관점에서 동티모르 등 약소국과의 SOFA 체결에 서 정의로운 협정을 맺어나가야 한다.

세번째 SOFA개정은 이제 '반미 하면 나라경제나 안보가 위험하다'는 시각만 갖는 정부나 선거 막바지에 촛불 시위 행렬이 불어나니까 선거광고에 촛불광고를 내거 나 추모미사에 갈까말까 갸웃거리는 정치권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촛불을 든 다 수 국민들이 해내야할 일이다.

촛불시위 그것은 반미가 아니다. SOFA개정 요구 역시 반미가 아니다. 한민족의 자긍심과 평등과 정의를 요구하는 순수한 의지를 반미로 몰아세우는 것 그것이야 말로 반미다.

평등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함께 공존함으로써 친미를 더욱 돈독히 하자는 것이 촛불을 든 수많은 어린이 주부 직장인들의 진정한 마음일 것이다. 우리의 촛불시 위가 반미가 아닌 친미의 요구임을 안다면 미국은 변함없는 우리의 친구이고 모르 거나 모른체 고개 돌린다면 그들은 오만한 독불장군일 뿐이다.

친구의 우정이 싸 늘해짐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자기한테 우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격언을 기억하라. SOFA개정협의를 앞둔 지금 반미와 친미 그 해석과 선택은 이제 미국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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