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 "정치개혁" -盧 "병역단축"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8일 서울과 대전에서 대형 선거공약을 제시하며 종반전으로 접어드는 대선에서 정책 발표를 통한표심잡기 경쟁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8일 "공적자금 비리와 도.감청 등 국민적 의혹을 받는 모든 권력 비리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며 "만약 저와 제 가족이 어떠한 비리에 연루된다면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초당적이고 공개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선의 개헌방안이 도출되면 대통령 임기중 일부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당선되면 저의 전 재산을 국민을 위해 헌납하고 새 정부에서 일하게 될 정무직 공무원은 임기시작과 함께 모든 재산을 법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맡겨 관리하는 소위 백지신탁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이날 대전에서 "현 전력 수준 유지를 위한 병역수급계획 조정 등을 거쳐 1차적으로 일반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하고 점진적으로 4개월까지 줄이겠다"는 병무제도와 관련된 공약을 제시했다. 노 후보는 또한 "예비군 복무기간도 3년 단축, 현행 8년에서 5년으로 하고 동원훈련도 하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용택 의원은 복무단축에 따른 보완책으로 ▲여군인력 확대 ▲유급지원병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1년내에 계획 수립 및 행정수도 입지선정을 완료하고 이후 2-3년내에 토지매입과 보상을 실시한 후 임기내 부지조성 및 인프라 구축, 정부청사 착공등 가시적 조지를 완료하겠다"고 행정수도 건설 세부 실천방안을 약속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민주당 노무현 후보

▲노 후보는 9일 오전 서울역 3번 개찰구 앞에서 열린 입영열차 환송회에 참석했다. 전날 일반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22개월로 4개월 단축하는병무제도 개선안을 밝힌 노 후보는 이날 자신의 군 복무담을 들려주며 "군 복무는 결코 허송 세월이 아니며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가르쳐 준 곳도,대한민국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곳도 바로 군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에서 전국 팔도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다"면서 "귀한 자제를 나라에 맡겨주신 부모님들께도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환송회에 나온 장병가족들에게 인사했다.

노 후보는 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대표단과 면담을 가졌다. 노 후보는 "정치인이 제대로 정치를 했다면 우리 어린 딸들의 억울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반성을 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범대위측이 SOFA 개정의 공동 서명을 요구한데 대해 "문서에 서명하는 것이 오히려 선거용, 정치적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에는 서울극장에서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 문화예술인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문화.예술분야 정책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에 앞서 노 후보는 대전과 천안에 들러 거리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천안유세에는 상당수 참석자들이 노란 풍선, 노란 깃발, 개혁당 깃발, 태극기 등을 준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조금 전 문성근씨는 '가자, 가자' 하는데 이건 반말"이라며 "저도 해보겠다. '새로운 대한민국, 갑시다. 동북아 시대, 갑시다. 지방이 잘사는 시대, 갑시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주말과 휴일 대구.경북을 누빈 노 후보는 가는 곳마다 "대구.경북만 뒤집어지면 전국에서 모두 이길 수 있다"며 지역 표심의 변화를 호소했다. 또 7일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대통령과 그 아들이 구속되지 않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대구지역 택시사업자 간담회에서도 "과거 잘못은 정직하게 밝히고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하겠다"며 과거 비리문제를 엄정하게 원칙대로 처리할 뜻을 밝히며 이 지역의 반 DJ 정서를 의식한 듯 탈 DJ 행보를 계속했다.

노 후보는 또 8일 대구약사회를 방문, 이사회의 지지 결의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다른 직종의 역할도 자부심을 갖고 역할을 해야만 보건의료수준이 발전될 수 있다"면서 "제 자리를 못잡고 있는 의약분업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랜드호텔에서 정치개혁시민연대, 자동차노조 대구지역협의회, 경북약사회 등 각계 각층의 지지선언식에 참석해 "특별한 사람이 앞서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뜻과 마음이 한 복판을 차지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일 밤 노 후보는 박찬석(경북대), 이효태(경일대), 정관(대구교대)씨 등 대구·경북지역 전직 대학총장들을 만나 지지의사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방화.분권화를 공약하고 있는 노 후보가 지역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에 적임자"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국민참여운동본부 산하 '돼지꿈 유세단'은 부산에서 대구로 파견돼 9일과 10일 이틀간 하루 20회씩 대구와 경북지역을 샅샅이 누볐다. 정동영.추미애 공동본부장도 이에 따라 대구.경북을 신 전략지역으로 선정, 지역 민심 흔들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9일 TV토론 준비를 위해 유세일정을 잡지 않은 채 당사에서 불교문화정책을 제시하는 등 불심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불교발전을 위한 12대 문화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한편 오전에는 새물결 대학유세단과 면담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불교발전을 위해 ▲북한산, 천정산, 금정산 관통도로 노선 전면 재검토 ▲문화유산 담당인 문화재청장의 승격 및 국가문화유산처 설립 ▲불교문화 유산관리에 불교계 참여 확대 ▲전통사찰 복원 10개년 계획추진 및 사찰수행 환경보호 법적 대책 마련 ▲조계사 일대 등 문화지구 지정 ▲지역문화와 불교문화 접목 지원 ▲불교방송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오전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의 지지자들과 면담을 갖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국가 건설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도 "디지털 세대들은 합리적인 사고와 뚜렷한 원칙과 소신으로 일관성을 보여준 이회창 후보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지지해 줄 것"이라며 "이 후보가 선언한 정치개혁 7대 공약에 대해서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는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여중생 사망사건에 따른 반미 감정 고조되는 것에 대해 부시 미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즉각 개정을 거듭 촉구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구시.경북도지부는 이번 주 박근혜 의원 등이 참석하는 릴레이 정당연설회를 잇따라 열며 중반전 지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8일 대구를 방문한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는 동화사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천도제 참석을 시작으로 이날 하루동안 달서구와 서구 전역을 돌며 휴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을 상대로 지지유세를 펼쳤다. 또 시지부 강재섭 선대위원장과 백승홍 본부장은 9일 오전 앞산 등산로를 시작으로 맑은물 유세단과 함께 거리 유세전을 벌였다.

시지부 박방희 대변인는 대구약사회의 노 후보 지지선언 주장과 관련, "대구약사회는 이사회에서 전혀 지지선언을 한적이 없으나 조작을 하고 있다"며 "노 후보 지지모임에도 전체 회원 1천500명 중 60명만이 참가했다"며 민주당측에 진상을 요구했다.

도지부는 9일 오후 한국노총 경북본부 이철우 의장의 입당식을 가졌고 영양군민회관에서는 1천여명의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연설회를 갖고 부패정권 연장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했다. 도지부는 11일부터는 경산.청도, 포항, 영천 등지서 2천여명씩이 참가하는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갖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적으로 정치개혁 방안을 밝히게 된 것은 박빙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대선의판세를 겨냥,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있다.

사실 이같은 방안이 발표되기에 앞서 당내에선 지난 3일 TV 합동토론회 직후 이 후보의 지지도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자 긴장감에 휩싸인채 대책마련을 서둘러왔으며 이 과정에서 당직자들에게 모종의 '빅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던 것이다.

이날 제시된 개혁방안은 부정부패에 대한 척결의지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그동안 민주당의 '낡은 정치 청산론'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부패정권 청산론'이란 슬로건에 힘을 실어 더욱 부각시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물론 개혁적인 후보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20.30대 젊은층과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공략하겠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이때문인듯 이 후보는 "부패 문제에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공적자금 비리와 도.감청 등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모든 권력형 비리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며 "저와 제 가족이 어떠한 권력형 비리에라도 연루된다면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 정부에서 일하게 될 정무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임기시작과 함께 모든 재산을 법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맡겨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발표를 계기로 향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방안 등을 잇따라 발표함으로써 선거 이슈를 계속 주도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이번 정치개혁방안 발표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또 다른 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란 얘기도 들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약속을 취임전 가시화시키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