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5시 창극 '광한루' 공연이 열린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앞.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축하 화환들이 늘어서야 할 자리에 20kg들이 쌀 포대가 하나 둘 쌓여갔다.
3번째 창극을 공연하는 이명희 판소리연구소 측은 화환 대신 쌀을 보내달라고 공연에 올만한 지인과 후원자들에게 미리 이웃돕기의 뜻을 알렸다고 했다."꽃이야 시들면 그만이지만, 따뜻한 마음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웃 사랑은 너나없이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쌀을 보내왔잖습니까?"
이렇게 모인 쌀은 공연이 끝날 즈음 50포대를 넘었다. 이명희씨는 매일신문의 '아름다운 함께살기' 제작팀에 이들 쌀의 전달을 의뢰했다. 그리고 그뜻은 곧바로 대구역 뒤 무료급식센터와 남산동 영세민촌 관계자들에 전해졌다.
쌀 20포대가 전해진 급식센터는 노숙자·장애인·홀몸노인 등에게 무료급식하는 곳. 칠성시장 야채상 박덕주(장군상회) 조덕자(충남상회) 주명옥(제일상회)씨와 대구 남부경찰서 이기훈(46) 경사 등이 6년째 꾸려오고 있다(본지 지난 1월 보도). IMF사태 후 상인들이 노숙자에게 식사를 챙겨주기 시작하자 당시 인근 칠성파출소에 근무하던 전규석(48·현 동부서 근무) 경사가 참여하고 이어 그의 고향(예천) 후배인이 경사 등 남부서 경찰관들이 힘을 합쳐 왔다.
재료 장만·요리는 시장 아줌마들이 맡고 경찰관들은 운반·배식 등을 돕는 형태로 이들은 요즘도 한달에 두번씩 매번 130여명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한번 급식에 필요한 반찬과 20kg들이 쌀 1.5포대는 아줌마 상인들이 매일 2천원씩 모은 돈에 경찰관들이 조금씩 보태 마련한다.8일 쌀을 전해받은 이 경사는 "뜻깊게 모인 쌀인만큼 한톨 한톨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남산동 영세민촌은 매일신문의 '아름다운 함께살기'(11월26일자) 지면에 예림이 이야기를 통해 보도돼 많은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동네. 쌀 30포대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희만씨 등 남산2동사무소 직원들은 일요일인데도 시민회관 공연장까지 쫓아나와 "한 포대 한 포대 모인 쌀이 어려운 이웃에겐 겨울을 지낼 용기를 준다"며 자신들의 일 같이 즐거워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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