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도 없이 공장을 신축한다며 가짜 공사계약서 및 세금계산서를 꾸며 공적자금 68억원을 가로챈 섬유회사 대표, 건설업자 등 14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유성열 검사는 10일 경산 자인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중소기업에게 공장 신축비의 70%까지 대출해주는 점을 악용해 68억원의 공적자금 및 공공기금을 가로챈 혐의로 대중섬유 대표 이모(47), 진보종합건설 김모(43)씨 등 건설업자와 건축주, 대출 브로커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업자로부터 대출 사례비로 1억8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전 과장대리 김모(47)씨를,건축업자가 건축비를 남기기 위해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서도 허위로 사용승인 조사 및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건축사 임모(40)씨를각각 구속했다.
검찰은 또 담보물인 공장을 평가하면서 돈을 받고 감정가를 부풀려 준 감정평가사 박모(39)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지명수배하고,자인산업단지내 모회사 관계자 홍모씨 등 10여명을 사기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진보종합건설 대표 김모씨는 지난 2000년 10월 ㄷ실업 대표 강모(33)씨와 짜고 실제 공장 공사비 8억원을 19억2천만원으로 부풀려 허위계약서 및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입비 지원금으로 13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건축주와 건설업자, 중진공 직원, 건축사, 감정평가사 등은 서로 유기적인 역할을 나눠맡을 만큼 구조적 비리로 얽혀져 있다는 것.
이들은 실제로 공장을 경영하기 위해 대출을 받기보다 처음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출금을 빼낼 목적으로 공장을 신축하는 경우도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열 검사는 "자인산업단지 비리는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가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육성자금 누수 방지를 위해대출 심사의 분업화, 표준건축비 제도 도입, 담보물 감정 방법 등 공공기금 대출심사와 집행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경산 자인산업단지 비리는 제도상 맹점을 이용, 공적자금을 빼내기 위해 건설업자를 비롯한 대출 브로커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었다. 검찰이 밝힌 10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는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손쉽게 공적자금을 빼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건설업자가 특정인에게 접근, 공장을 하나 짓자고 제의하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특정인이 돈이 없다고 하면, 사채업자로부터 초기자금과 공장 신축에 따른 특정인의 자부담분을 빌려준다. 자부담분은 대개 30%로 공장 신축비가 총 10억원이라면 3억원을 사채에서 끌어대는 셈이다.
본격적인 작업은 공장 준공 이후부터다. 감정사 및 건축사와 짜고 10억원짜리 공장을 20억원으로 부풀린다. 감정평가를 받을 때 이들은 정부출자기관인 한국감정원을 피해 사설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했다. 평가과정이 덜 까다롭고, 로비를 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런 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공장 신축자금의 70%를 지원받는다. 만약 이 과정에서 중진공 담당자의 눈 밖에 나면 일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번에 구속된 중진공 직원은 대출을 많이 해주고 싶지 않을 경우 한국감정원의 감정서를 요구했다. 신축비가 20억원으로 부풀려졌기 때문에 지원금은 14억원에 이른다.
실제 공사비 10억원도 모두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 업자들은 온갖 부실공사를 남발해 실제 공사비는 7억~8억원으로 줄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채 이자와 각종 로비자금 등을 감안해도 불과 몇달만에 5억여원을 벌었다는 것.
이들 회사들이 가동한 지 수개월 만에 부도가 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공장은 경매에 들어가고, 대출금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다. 결국 국민들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으로 사기꾼들의 배만 불린 셈이 되는 것이다.
검찰은 경산 자인산업단지에 연간 250여억원이 자금이 지원되고 있어 이런 형태의 비리가 관행적으로 저질러져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경산 자인산업단지에 사채자금를 댔던 최모(41)씨가 지난해 6월30일 실종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최씨는 자인산업단지내에 20여억원을 댈 정도의 큰 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종된 배경 중 하나가 공장 건축에 사채를 대주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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