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만 되면 여기 저기서 이웃을 생각하자는 문구가 자주 들려오고 구세군 냄비도 등장한다. 미디어도 이에 한몫한다. 보고 들으며 즐기기만 하는 방송을 넘어서서 공영성을 지키고 이웃을 생각하는 취지가 돋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몇 개 있다.
KBS1 TV '사랑의 리퀘스트'(토 오후7시10분)는 97년 10월 첫 방송을 한 이래로 매주 시류에 상관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방송이다.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어려운 환경속에서 희귀질환이나 암 등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사연을 선정, 인기연예인의 동반취재 형식으로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시청자들은 한통화에 1천원을 내는 자동응답전화를 통해 정성을 보태게 된다. '결식아동을 위한 사랑의 자장면 나누기', '의족.의수 보내기', '피학대아동을 위한 아동학대 특집'등 다양한 이웃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EBS '효도우미 0700'(토 오후6시10분) 역시 비슷한 프로그램인데 '노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빈 노인들을 찾아가 이들의 문제를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한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청소감 중 "고3학생인데, 젊었을 때는 자식을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오신 분들이지금 자식들에게 외면당한 채 힘들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워요"(아이디 tkfkd6017)는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목요일 4부에 방송되는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도 수년째 자리를 지켜온 이웃사랑 프로그램. 주로 난치병을앓고 있는 사람들이 소개되는 이 코너는 리포터가 찾아가 환자의 목소리를 담아온다. 계좌로 입금하면 그 주에 소개된 사람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이웃돕기 방송 프로그램은 우선 사회 시스템의 부재를 생각하게 해준다. 사회구석으로 내몰린 가난한 이웃들을 포용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는 성글기만 하다. 하지만 사회복지의 공백을 공공기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아직도 기부 문화나 자발적인 이웃돕기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 한통으로나마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의 힘은 크다.
물론 복지 문제를 시청자 개개인에게 떠맡긴다거나 동정을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연민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은더 큰 함의를 지니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 비추어 현재 내 자리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나누는 기쁨과 작고 약한 이웃들의 큰 힘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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