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단체의 활성화여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활성화되지 못하는 단체가 가지고 있기 마련인 많은 문제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자생력이 없을 뿐 아니라 회장단과 소속 회원들의 의지부족과 비협조, 편가르기 등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대구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바란다는 것은 언제나 이상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생력 문제는 지역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대구예총을 비롯한 10개 회원단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곧바로 드러난다. 대구예총의 연간 예산은 경상비(3천500만원), 해외교류비(3천500만원), 시민예술대학 위탁교육비(600만원) 행사비(5천900만원) 등 1억4천여만원선(올해 기준).
그러나 이 금액중 예총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한 푼도 없고 정부와 시가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예산의 전부다. 대구예총은 최근 50년사를 펴낼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지역 문화예술계의 중추단체였지만 그동안 모든 예산을 행정기관의 지원에 의존했을 뿐, 자생력은 전혀 키우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후원회를 조직해 형편이 나은 음악협회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음협의 올해 예산은 1억여원으로 예총과 달리 사무실 직원 인건비 등 경상비는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음협은 올해 대구음악제와 전국성악경연대회, 대구.제주교류음악회, 신인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전국학생콩쿠르 등을 치르면서 전체 예산중 7천여만원을 대구시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회원들의 회비와 콩쿠르 참가비, 후원회의 지원 등으로 나머지 경비를 충당했다.
이렇듯 행사경비의 대부분을 행정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협회는 상대적으로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각 단체가 자생력을 키우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다.
각 단체간, 개인간의 이기주의 역시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내년도 대구에서 개최되는 하계 U대회 문화행사개최 문제로 불거진 '사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음악.국악.무용협회가 독자적으로 행사를 추진하면서 뒤늦게 예총까지 나섰지만 의견 조율이 안돼 결국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만 것. 예산지원부서인 대구시의 고압적인 자세도 한 몫 했지만 달구벌 축제때 행사문제 등으로 늘 갈등을 빚어온 각 단체간의 이기주의와 비협조 문제가 대표적으로 드러난 한 양태이기도 하다.
반면 각 협회의 경우 회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며 늘 누군가 나서 무엇을 해주기 바라는 '해바라기 근성'도 옳바른 문화예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각 협회 회원들간에는 '4년마다 회장 선거때만 동원되는 회원'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돌 정도로 협회따로, 회원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 협회의 이사가 협회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모 단체의 문화상을 수상한 사건이나 대구시가 갖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이나 공연지원금 심사권을 문화예술인들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는 일이나 대규모 행사때 문화예술인들 참여 문제 등 문화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안이 있어도 결집력이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례 등은 각 단체의 한계를 잘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부분의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자생력 문제는 협회가 회원들에게 아무런 '득'을 주지 못하는 것과 맞물려 회원들이 회비를 제대로 내지 않고, 기업들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인색 등으로 인해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 없고, 그 결과 단체간의 협조나 개인 이기주의를 조정할 힘을 각 단체들이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구예총 권정호 회장은 "예총을 비롯한 각 단체들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한 협회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후원회 조직과 기업들의 후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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