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눈물 그리고 우승 되돌아본 21년-(13)열광하는 팬들

예나 이제나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2군 선수들이나 주전급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성적에 머무르는 선수들은 해당되지 않지만 화려한 플레이나 성적을 자랑하는 스타급 선수들은 그야말로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된다.

올 시즌에는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그늘에 가려 관중이 감소하는 등 인기가 퇴색한 면도 없지않지만 프로야구의 인기는 관중 수의 부침이 심한 편인 축구에 비해 낫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선수들은 연봉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지만 선수들의 인기는 지금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았다고 한다. 특히 스타급 선수들이 많았던 삼성은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OB의 박철순, 롯데의 최동원 등은 꿈을 심어주는 어린이들의 우상이었고 이선희, 이만수 등 삼성 선수들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른바 '아메리칸 스타일'의 호쾌한 타격 폼을 지닌 데다 미남이었던 삼성의 박 찬은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잘 생긴 용모 덕에 여성팬들의 인기를 끌었다.

야구 자체에 대한 인기도 대단해 경기가 있을 때마다 구름같은 관중이 몰려들었는가 하면 경기가 끝난 후 어린이를 비롯한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선수들을 둘러싸기 다반사였다. 선수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주위에 수천명의 관중들이 몰려들어 선수들 얼굴을 가까이서 보거나 사인을 받으려고 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일이 고민일 정도였다.

이선희 삼성 2군투수코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 좋았죠. 어디에서 경기를 하던 몰려다니며 찾아오는 팬들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죠"

오대석 전 롯데 코치도 "당시 선수들의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프로야구의 인기도 대단했죠"라며 이 코치의 말에 동의한다.

젊고 건장한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여성팬들의 반응이 특히 폭발적이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팬들이 선수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났다.

이 코치는 "여성팬들이 열광적이었지만 그럴수록 몸 조심을 해야 했죠. 다방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전부였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유혹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 아예 객실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어오는 여성들도 있었다.

오 전 코치는 "그럴 경우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상책이었습니다. 룸 메이트 더러 적당히 둘러대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죠"라며 "유혹에 넘어간 선수들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프로다운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지만 팬들의 사랑만큼은 뜨거웠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 받을수록 몸가짐도 조심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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