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배농협 월성지소 60억원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달서경찰서는 범인을 7명이나 검거하고도 주범이 누구이며 40억원이나 되는 현금이 어디로 갔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런 문제는 붙잡히는 범인들마다 안잡힌 범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 발생했다.
지난 4일 처음으로 붙잡힌 용의자 박훈식(35).성광현(34)씨는 경찰에서 "우리는 현금을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제의에 따라 심부름한 죄밖에 없고 돈은 김창현(36)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는 바로 그 다음날 다른 공범 3명과 함께 자수, 자신도 남기영(43)씨 지시에 따라 현금을 중간에서 연결시켜 준 피해자일 뿐이고 모든 현금은 남씨에게 줬다며 나머지 5억100만원을 경찰에 제출했다. 함께 자수한 최진식(40)씨도 "경기도 광명의 한 은행에서 인출한 돈이 횡령된 것인 줄 몰랐고 남씨 지시에 따라 현금을 찾아준 것 외엔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씨까지 지난 9일 경찰에 자수해 이를 부인했다. 남씨는 구자강(45) 당시 지소장의 제의에 따라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금은 모두 구씨에게 건넸다며 "주범으로 몰리는 것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남씨와 구씨가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던 경찰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번 사건 용의자 7명 중 5명이 자수했고 붙잡힌 나머지 2명도 사건발생 직후 경찰에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것 역시 특이한 점이라고 경찰은 분석했다. 달서경찰서 김광년 수사과장은 "붙잡히는 용의자들마다 현금을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지목하고 지목된 사람도 곧바로 자수해 또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주장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구씨를 붙잡아야 사건의 해결 고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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