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기보고서 복사본 배포를 둘러싸고 이라크가 미국에 대해 "강탈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이라크는 10일(현지시간) 유엔에 제출한 대량파괴무기 실태 보고서를 미국이 수시간만에 가져간 것에 대해 "유엔 역사상 유례없는 강탈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라크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보고서의 유일 복사본을 가져간 것은 "강탈행위"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이라크 공격의 구실로 사용하기 위해 보고서를 변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미국은 이라크 보고서를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탁하기로 안보리의 결정을 무시하고 안보리 한 의장에게 보고서를 내놓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한 뒤 "이같은 행동을 통해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 시기에 이라크를 침략하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 실태 보고서를 입수한 미국은 보고서 사본을 만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른 상임이사국들에 9일 저녁(현지시간) 전달했다고 유엔 주재 외교관들이 전했다. 앞서 미국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공수된 보고서 원본을 입수한 뒤 갑자기 이를 워싱턴으로 보내 다른 이사국들을 당황하게 했다. 미국은 원본을 가져간 지 약 18시간 만에 복사본을 만들어 다른 이사국들에 제공했다.
이라크가 제출한 보고서는 1만2천쪽 분량의 원본 2부와 CD-롬 12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원본 1부는 둘로 쪼개져 2천100쪽 분량의 핵무기관련 부분은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로 이송됐고 나머지 생물·화학·유도무기 관련 부분은 뉴욕의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에 전달됐다. 다른 원본 1부도 뉴욕에 있는 한스 블릭스 UNMOVIC 위원장 사무실에 공수돼 안보리 봉인하에 보관됐다가 미국측에 제공됐다.
안보리의 다른 이사국들은 함께 검토하도록 제공된 원본 1부를 미국이 9일 협의 없이 워싱턴으로 가져가자 심하게 항의했다. 미하일 웨베 시리아 대사는 "미국의 행동은 안보리의 통합 원리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비난했다.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원본을 복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부주의한 정보 누출을 막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된 환경에서 작업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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