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리모델링

요지마다 꽉 찬 아파트들. 학군 좋고 교통 편리한 곳엔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여백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리모델링이 각광을 받는다. 튼튼하고 위치 좋은 아파트의 속을 바꾸는 것이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미리내 아파트. 지은 지 20년이 지난 아파트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좀처럼 이사를 하지 않는다. 앞산을 정원처럼 쓰는 데다 공기 좋고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낡고 칙칙한 실내다.

김미란씨는 이 오래된 아파트를 격조 있는 최신형 아파트로 꾸몄다. 우선 베란다 창을 가로 세로 3m 이상의 통유리로 끼워 앞산을 고스란히 거실로 끌어들였다.창을 조각조각 내지 않음으로써 경관이 깨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중 창 사이에 20cm의 공기 층을 두어 단열, 방음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존의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창을 없애고 바깥에 이중창을 달아 거실을 넓어 보이게 한 것도 특징.

기존의 세로형 가드레일은 키를 약간 낮추고 세로 살을 가로 살로 대신했다. 거실 소파에 앉았을 때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렇게 하면 꽃피는 봄날의 앞산과 눈 내리는 겨울의 앞산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이 집은 각 공간마다 전등의 조명회로가 다르다. 공간마다 그 특성에 알맞게 빛을 조절한 것이다. 가능한 한 시공비를 줄이려는 일괄 시공 때는 꿈도 꾸기힘든 장점이다.

한쪽 벽 하단에 월 라이팅(벽 전등-벽에 반사된 후 실내를 밝힌다)을 설치, 간접 조명으로 실내를 은은히 밝힐 수 있게 했다.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를빼면 실내에서 직접 전등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직접 전등대신 간접 전등을 쓰면 집안이 훨씬 더 푸근해진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직접 전등보다 간접 전등이 훨씬 정겹다.

실내가 약간 어두우니 밤에도 앞산의 야경이 들어올 여지를 준다. 절전은 덤이다. 이 집의 안방은 옛 선비의 사랑방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고가구로 서재를 꾸미고 서안(책상), 연상, 연적, 사방탁자, 고비, 촛대를 두었다.안방만큼은 벽지도 닥종이를 발랐다. 창문도 바깥쪽은 현대식이지만 방 안쪽의 문은 전통문 그대로다. 집 주인의 선비취향을 고스란히 살린 공간이다.

방 하나쯤 집주인의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었던 것도 오래된 아파트의 장점. 방이 5개이니 방 하나쯤 기분 좋게 꾸며놓고 감상해도 불편이 없다.비용은 얼마나 들까.

아파트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싼 새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드는 비용의 차액만으로도 자기의도대로 어지간히 아파트를 꾸밀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위치나 교통을 고려하면 확실히 경제적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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