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은 비어 있는 공간이다. 비어있다는 말은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으며 무엇이든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100평이 넘는 서울 강남의 부잣집이나 경상북도 청도 등에 새로 생겨난 전원주택의 잘 가꿔진 잔디밭은 정원이지 마당은 아니다.
잘 가꿔진 정원에 상처를 낼지도 모를 물건을 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고 벼를 말리고 경운기를 수리한다.긴 빨랫줄 하나면 빨래를 말리기도 안성맞춤이다. 멍석을 깔아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고 모깃불을 피워 푹푹 찌던 여름밤을 보내던 훌륭한 피서지이기도 했다.
마당은 비어 있어도 좋고 어떤 일이 벌여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을 치르거나 초상을 치르는 마당을심심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집에서 결혼식을 치르거나 초상을 치르는 사람은 드물다. 마당이 없거나 있어도 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 홈 드라마는 유독 한옥 집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한옥 집에는 어김없이 마당이 있다. 마당이 있어야 다세대 주택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옆집 부부를 비웃거나 신세타령을 늘어놓고 때때로 위로를 주고받는다.
마당은 옆집 사람들의 비밀이 새 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은희경의 성장기 소설 '새의 선물'은 마당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음모와 사랑, 엿보기, 신세타령, 비웃기…. 그래서 마당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인 것이다. 안방이 사생활의 정수라면 마당은 완충지대다. 사생활을 적당히 숨기거나 적당히 흘리는 공간. 옆집의 숨은 이야기를 힐끔힐끔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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