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겨울비도 반갑다. 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겨울엔 근교 산으로 산행을 떠나자. 도심에서 내리는 비가 산 위에서는 눈으로 변한다.
근교 산은 등산의 묘미는 덜하지만 한나절만에도 다녀올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눈 내리는 도중이라면 더 좋고 그 이튿날이면 어떠랴. 지난 7일 오후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간 최정산(905m·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며칠 계속된 따뜻한 기온 때문이었다. 눈 대신 10여m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만 자욱했다. 정상 바로 아래 있는 최정산목장 앞 휴게소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밤새워 내린 비는 이튿날 고지대에선 눈으로 변했다.
9일 오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시 최정산으로 향했다. 산아래에서 봐도 8부 능선 위쪽으로는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최정산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인 가창면 냉천(冷泉)골∼주암산(舟岩山·846m)∼최정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포기했다. 산 위에 쌓인 눈 때문이었다.
대신 가창면 우록리 직전의 주1리 식당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옛 미사일 기지로 올라가는 포장길이다. 아직 출입금지로 알고있는 시민들이 많아 호젓하다. 입구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자 길가로 흰 눈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눈 때문일까. 정상을 향해 뻗어있는 콘크리트 길이 지루하지 않다. 행여 눈이 녹을세라 길을 재촉해본다. 몸에 땀이 밸 정도면 최정산목장에 도착한다. 산불감시초소에서 40∼50분. 얼마 전까지는 한우와 젖소도 키웠지만 지금은 염소만 100여 마리 사육하고 있다.
최정산은 대구근교에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새해 해맞이 산행지로는 꽤 알려져 있는 편. 매년 새해 아침이면 이곳 최정산목장앞 도로는 해맞이 인파로 북적댄다. 정상부근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차안에서도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새해 첫날 보통 1천여명 이상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평탄한 목장지대는 비닐포대라도 있으면 눈썰매를 타보고 싶을 만큼 하얀 눈 천지다. 간간이 염소 발자국만 나 있을 뿐. 시멘트 포장길보다는 나을 것 같아 무작정 목장 안으로 들어섰다.
최정산 정상은 부대가 자리잡고 있어 등반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목장에서 철조망 문을 따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목장을 가로질러 가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등산로가 나있다. 목장 위쪽은 눈꽃이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바람도 그만큼 더 매서워졌다. 900m 고지 정도쯤이야 생각하며 가볍게 나선 길이 후회될 만큼의 추위다.
목장 오른쪽으로 난 포장길을 계속 따라가 능선을 하나 넘으면 살벌한 풍경이 기다린다. 왼쪽으로 '지뢰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철조망이 이어진다. 멀리보이는 철탑은 한국이동통신 최정산 중계소.
맞은편 최정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건물들은 가까이 가봐야 군사시설임을 알 수 있다. 아쉽지만 이곳 평탄한 곳이 정상인양 주위를 둘러보고 하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멀리 보이는 연봉들이 시원하다.
△등산코스=가창초등-원정마을-외딴집-고개 갈림길-주암산-최정산
△종주코스=용계동-운흥사-최정산 정상-주암산-냉천리(4∼5시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