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편 지극 정성 37년 아내 걸음마 한 풀어

"세상에, 저 아지매가 걷다니!…"

남편의 지극정성으로 37년간을 앉아서만 살아온 아내가 어느날 혼자서 일어나 걸음마를 시작, 가족은 물론 마을사람들까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경남 합천군 삼가면 하금리 양귀석(58.수정건강원 운영)씨의 부인 배유자(46)씨가 믿기지 않는 기적의 주인공이다. 배씨는 초등학교 1학년(9세) 때 양쪽 다리가 마비돼 1급장애인으로 살아오다 마음 착한 남편을 만나 장애의 몸으로 두 아들을 낳았으나 몸만큼은 남편에게 의지한 채 살아왔다.

남편 양씨는 92세 노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요,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위하는 열남(烈男)으로 널리 칭송이 자자하다.끼니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이는가 하면 운동과 세상구경을 위해 친구들과 관광을 갈 때도 부인을 휠체어에 태워 빠지지 않았다.

또 좋다는 병원은 다 찾아다녔으나 효험이 없자 '원기라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서 업으로 하는 개소주.염소중탕 등을 수없이 달여 먹였다.부인이 갑갑할까봐 배달길에도 꼭 차에 태우고 다녔다는 남편의 정성에 하늘도 감복한 것일까, 지난 추석쯤부터 꿈같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닿지도 않던 발바닥이 디뎌지고 스스로 일어나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남편은 물론 큰아들 우식(22.산업체군복무)군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걷다니… 너무좋다"며 끌어안고 온 가족이 함께 울었다고 한다.장애 엄마를 둔 아들로서 엄마의 사랑보다는 걱정으로 살아온 말못할 한(恨)을 푼 것이다.

배씨는 "평생 다시 걸어보지 못하겠구나 싶어 몇번이나 농약병을 만졌는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며 "남편이 너무 고맙다"고 입이 닳도록 자랑했다.마을 주민들은 "요즘 세상에 이런 부부는 없다"며 "하늘도 감동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이웃에서 치료를 맡아온 삼가의원 박재원 원장은 "병원 처방보다는 염소중탕 등의 영양보충과 적절한 운동, 무엇보다 끈질긴 정성과 사랑이 특효약이 됐다"며 모든 공을 남편 양씨에게 돌렸다.배씨는 요즘 스스로 일어나 남편의 일까지 도와줄 정도이며 남편과 함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바깥 나들이 등을 즐기고 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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