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당과 문화

솔밭가 잔디밭에서 제자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겨울햇살에 은은한 참솔향이 배어든 잔치 마당이었다. 각시를 맞으려는 늠름한 신랑과 하얀 너울 속의 고운 신부는 한떨기 꽃이 되어 분위기를 돋운다.

하객으로 가득 메워진 차일 안팎은 내 어린날의 고향집 앞마당을 떠올리게 하였다. 흥겨움과 시끌벅적함 그리고 정이 넘치는 그 마당. 사립문조차 성글어 때를 가리잖고 이웃들이 북적대곤 했던 그 마당….

그 시절의 나는 좁은 방보다는 왼종일 마당에서 뒹굴며 지냈었다. 술래잡기를 하다 하루 해를 꼴딱 넘기기 일쑤였고 구슬치기에 몰두한 사내아이들의 고함소리에 마당가에서 사립문 밖 골목길까지는 언제나 시끌벅적하였다. 그러다가도 이른 새벽의 마당은 낮의 웅성거림과는 달리 고요의 바다가 되어 샛별을 따라 내리던 말간 여명을 만나게 하는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나의 온 세상이던 그 마당은 산업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도심에서는 조형물을 앞세운 광장이 마련되었고 독립된 공연장이나 전시관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다만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문화로 바뀐 그곳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네 삶의 고단함을 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바쁘고 거친 삶을 녹여내는 것이다.

요즈음은 공연장에서 음악공연을 곁들인 결혼식을 올린다 하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점심을 즐기거나 송년모임을 갖는다는 뉴스을 만나게 된다. 새해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준공을 비롯하여 그 옛날의 마당같은 문화시설들이 늘어날 계획이어서 벌써 기대감에 부푼다. 마당과 문화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다.

외형으로서의 마당은 알곡같은 내용의 문화를 담아낼 때 비로소 대중과 호흡한다. 변화의 물살을 감당해야할 우리는 안락하고도 화려한 마당을 가지길 원한다. 그 마당 위에서 굳은 몸을 녹이고 숨을 고르게 할 다양한 문화예술적 주제(items)를 싹틔워 변화와 율동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다.

육군 3사관학교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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