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술고문 노래고문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회식자리도 잦아졌다. 이때 피하기 어려운 것이 음주 가무, 과음 과식이다. 어떤 사람은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노래는 설운도요, 어떤이는 술은 두주불사인데 노래는 4치다. 4치란 음치(음정), 박치(박자), 몸치(춤), 떨치(노래만 시키면 벌벌 떠는 증상)다.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잘하면 금상첨화 겠지만 노래와 술이 무서워 2차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술 못하는 사람이나 노래 못하는 사람들은 연말 망년회 자리가 정말 괴롭다.

▲노래방이 대중화 되면서 상당수 음치들이 '명카수'로 변해가고 있다. 원래 음치란 없다지만 노래방 기기 덕이다.그것이 음정 박자 다 맞춰야 점수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박자만 맞춰주면 멱따는 소리로 불러도 100점 이란다. 박자만 채점하는 속사정이 있다. 음정 박자 정확하게 채점하면 40-50점 나오기 힘든데 한잔 걸치고 기분 거나한데 기분 잡칠 이유가없다는 것이 기기 제조자들의 말. 그래서 화면의 글자 색깔이 바뀔 때 제대로 따라 부르면 되고 목소리의 크기나 음정은 전혀 상관 없다.

▲문제는 술마시고 노래하다 보면 목청은 의례껏 높아지기 마련이다. 무리하다간 성대를 다치기 일쑤다. 송년회 자리의술과 담배, 큰목소리 등이 목소리를 망치는 요소다. 쉰 목소리를 오래두면 후두염, 성대마비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럴때 술과 담배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성대를 건조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의들은 노래방에서는 물을 마셔가며 쉬엄쉬엄 노래를 부르라고 권한다. 설상 가상으로 술이 과하다 보면 음주운전으로 이어지고 걸리면 면허취소니 새해 모두부터 이 무슨 창피냐.

▲요즘은 망년회 양상도 변해간다고 한다. 흥청망청 파티에서 차츰 조용한 분위기서 연말을 추억만들기등 뜻있게 보내는 모임이 늘고 있다.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서울 광화문 주변이 요즘 송년회 자리로 인기짱 이다. 무고하게 숨진 여중생이 있는데 무작정 연말 분위기를 낼수 있느냐는 반성도 있지만 그곳에 가면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회포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 라는것. 386세대등 적잖은 시민들이 이곳으로송년회 모임 장소를 바꾸고 있다 한다.

▲미혼남녀 10명중 7명은 연말에 3차례이상 송년모임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선후에 일정이 몰려있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술 너무 마셔 속 다치고 노래 너무 불러 목 다치고 음주운전에 걸려 면허취소 되는 것 보다는 한 두번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추억만들기나 불우시설 방문등 이웃도 생각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

도기현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