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 패션계 현주소

밀라노프로젝트를 통해 제2의 이탈리아 밀라노로의 도약을 꾀하는 대구. 도약을 위한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는 것이 대구시의 자체 평가이다.그러나 지역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패션 분야만큼은 가장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게 관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패션조합이라는 대표성을 가진 단체에 끼지도 못하고 따로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라고 할만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의견을 나눌 이렇다할 조직이나 모임조차 없다는 것이다.

대구패션조합은 자체 브랜드를 갖고 옷을 생산하는 업체 대표와 패션 디자이너들의 모임이다. 회원은 39명. 패션조합의 회원은 지역 패션계에서는 이름깨나알려진 사람들이고 기반도 어느 정도 잡은 사람들이다. '지역서 옷을 만드는 업체 대표'라야 회원이 되는데, 여러가지로 여건이 취약한 '신진'들은 이 조합에 끼지 못하고 있다.

조합 회원이 되려면 출자금 100만원, 입회비 30만원에 분기별로 25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대구에서 자체 브랜드를 갖고 점포를 운영하면서도이런저런 이유로 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20, 30대 패션디자이너는 1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있는 형편에 그 돈이 적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합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 회원 영입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92년 대구패션조합이 탄생할 때 28명이던 회원 수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9명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신진'들의 성장을 꺼려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인상까지 줄 만하다.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라는 기본적인 양식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는 한 패션계 종사자의 비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위치를 굳힌 '원로' 내지 '중진'들은 후배들이 크는 것이 선배들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하는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힘이 모자라는후배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선배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조합의 문턱을 낮춰서라도 지역에서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다같이 내일을 준비하는 장(場)을 키워야 대구 패션산업의 발전도,밀라노프로젝트의 완성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특집기획부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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