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월드리뷰-(2)기상이변

올해 지구촌 곳곳은 유례없는 홍수와 가뭄으로 신음했다. 올여름 100여년만에 최악의 홍수로 유럽의 상당부분이 침수됐으며 한반도는 태풍 '루사'가 몰고온 엄청난 폭우로 큰 시름에 잠겼다. 그런가하면 아프리카와 미국, 호주등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난 8월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루마니아 등 유럽 중부에 10여일간 쏟아진 폭우로 체코 수도 프라하와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잘츠부르크가 침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프라하와 독일 7개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기에 이르렀으며 프라하와 잘츠부르크, 드레스덴 등 유서깊은 도시에서는 건축물과 조각등 각종 문화재들이 침수위기에 처하자 군인과 시민들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밤새 전등을 들고 예술품을 고지대나 건물 윗층으로 옮기는 난리를 치러야 했다.

당시 드레스덴을 휘감아도는 엘베강의 최고수위는 8.5m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184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위였다. 이 홍수로 유럽에서 100명 가까운 인명피해와 수백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고 급기야 홍수 복구대책과 향후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사상초유의 '홍수정상회담'이 열렸다.

주요 피해국인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정상들은 그러나 이 홍수를 비롯한 기상이변이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의 결과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흑해 인근과 중국 양쯔강 상류는 물론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도 폭우로 9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났다.

지구촌을 멍들게 한 홍수는 예외는 없다는 듯 한반도까지 할퀴고 지나갔는데 태풍 '루사'가 몰고온 폭우는 200명이 넘는 인명과 5조원의 재산을 앗아갔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들어 홍수발생 지역만 80여개국이며 약 3천명이 숨지고 1천700여만명의 이재민과 300억달러가 넘는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홍수에 의한 침수지역도 미국 대륙의 면적과 비슷한 800여만㎢로 집계됐다.

이와 반대로 미국과 호주, 아프리카 등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6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미국 국토의 36%가 가뭄을 겪었다. 이는 63%의 국토가 피해를 입은 1934년이후 최악의 가뭄피해로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에서는 대부분의 목초지가 손상되는 등 농업피해가 속출했다.

호주도 10여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엄청난 농업 및 축산업 피해가 발생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아프리카의 가뭄은 훨씬 심각하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뭄으로 모리타니와 말리, 에티오피아, 세네갈, 잠비아, 모잠비크, 짐바브웨, 레소토, 말라위 등에서 현재 2천800만명이 국제사회의 원조식량에 의존하고 있는실정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흉작 때문에 다음번 수확기인 내년 3월이면 엄청난 기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최근 경고했다.

특히 1984년 가뭄으로 약 100만명이 굶어죽은 에티오피아의 경우 식량원조가 늘어나지 않을 경우 내년에 약 1천500만명이 굶주릴 것이라는 악몽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 역시 국민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조차 제공할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고 있을 정도다.

기상학자들은 홍수와 가뭄 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하면서 이제는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상이변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이 초래한 '인재'라면서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산업보호논리에 사로잡힌 선진 각국의 미온적 태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기상이변이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초래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