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사회의 중심은 제도가 아니라 인간이다. 산업사회는 제도 중심으로 사람이 제도에 적응해야 했지만, 지식기반사회는 지식이 모든 힘의 근원이기 때문에 대학의 지식생산능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역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양성되고, 창의적인 기술이 개발되어 지역사회에 환원되지 않으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이 가진 사회, 경제적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학이 오랫 동안 '상아탑'의 이미지를 가져왔기 때문에, 그곳이 현실과 무관한 진리탐구의 '소도'쯤으로 오해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면, 발전된 도시에는 어디에나 그 지역에 명문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지방민들이 느끼는 실의와 좌절의 많은 부분은 지난 30년간의 중앙중심주의가 초래한 폐해에 근거하고 있지만, 더불어 지역의 대학을 지역발전의 거점으로 삼지 못한 정책적 잘못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수도권의 과밀에 따른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발전 잠재력과 욕구를 체계적으로 지역발전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에 우수한 대학이 있으면 인재와 자본이 몰리고, 창의적인 기술이 개발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지금 대학에는 많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지닌 지식과 기술을 생성하고 전파하는 정보와 지식의 핵심 뱅크(bank)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과 연구 환경조성, 이를 위한 국제화, 특성화, 다양화, 전략화, (휴먼 네트웍Human-Network)의 구축은 대표적인 대학 발전방향의 키워드이다. 이러한 대학내부의 자구책 마련과 함께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민과 호흡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지 않다. 능동적으로 지역민 곁으로 다가가고, 지역 발전의 터빈이 되기 위해 역동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된 지방분권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북대학교는 지방분권운동의 발원지로서 지역간 불균형과 상실감의 확산으로 이질감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울러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여성차별 철폐에 앞장서 여성의 잠재력을 우리 사회에 꽃피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산학협동의 강화를 위해 대학은 지역사회 전체에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대학이 중심이 되는 산학협동의 추진은 필수적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국을 8개 산학협동구역으로 구분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지역별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공과대학생들의 현장실습 교육을 제도화하고, 78년부터는 현장실습에 의한 학위수여제도를 시행해 왔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공대생들의 현장실습을 제도화하고 있다.대학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이다.
교수들의 우수한 연구력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풍토를 바탕으로 현재 정부출연연구소 보다 더 많은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산학연 컨소시엄센터의 운영, 산업현장 기술지원 핫 라인 센터의 운영, 테크노파크의 추진 등을 통해 산학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투자와 협력 또한 매우 절실하다.
더불어 오늘날 지역 대학은 과감히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사회교육원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명예학생제도가 지역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고, 고령자를 비롯한 지역민 재교육기관으로서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이제 대학은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이자, 끊임없이 꿈을 심어 주는 희망의 산실인 것이다. 우리는 내년에 우리 지역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한다. 지구촌 170개국의 젊은이들과 관계자들이 우리 지역을 찾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사랑과 의리의 고장,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대학의 우수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이 대학을 거점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라는 것을 세계에 각인시켜 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달웅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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