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나는 바담 풍(風)해도 너는 바람 풍(風) 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은 그르게 하면서 남에게는 바르게 하라고 요구함을 이르는 말이다.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치달으면서 후보들의 선거 운동도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접전을 벌이면서 양 후보 진영에선 막판 지지세 확산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그런데 선거판이 달아오르면서 양 후보진영간에 펼쳐지는 선거운동 양상이 아주 가관이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않겠다며 정책대결을 선언하고 각종 공약을 발표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물론 공약이 아무리 좋아도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본질은 도외시한 채 서로 상대방의 허실만들추어내며 흠집내기에 열심이다. 실언을 물고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이렇다면 국민들은 말싸움에 이긴 후보를 골라야 하는가. 유권자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비방·폭로전은 기본이고 흑색선전이 판을 친다. 선거판의 구태(舊態)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부패정권 청산'과 '낡은 정치 청산'을 부르짖는 후보들이 서로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상대방에겐'바람 풍'하라고 외치고 있다.
후보들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공약도 점입가경이다. 재원 마련 방안은 아예 무시한 채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대로 대통령선거 몇 번만 더 치르면 우리나라가 지상낙원이 될 판이다.
군복무 기간도24개월로 줄이겠단다. 나중엔 국방의 의무도 없어지고 자칫 외국 용병이 우리 국토를 지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각 당의 무차별적인 유력 인사 영입도 볼만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내편이 되는 판국이고 말 갈아타기의 변절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지난번 대선때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사기꾼이라며욕설해댔던 인사를 기자회견까지 마련해 줘가며 특정후보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모두들 걱정하던 지역주의 망령도 되살아날 조짐이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히든카드로 지역감정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아무리 뜯어봐도 '너는 바담 풍해도 나는 바람 풍하겠다'는 이가 없다.
후보자들의 페어플레이 기대는 애당초 헛된 꿈에 불과했던가 보다. 서로 상대 후보를 헐뜯고 모욕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더티플레이만 넘쳐나고 있다. 어차피 1등외엔 있을 수 없는 선거라지만, 디지털시대에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날로그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룰을 지키지 않으면서남의 탓만 하고 있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가시만 보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선거일이 꼭 6일 남았다. '공자 촛대뼈 까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 마디 해야겠다. 정치인들의 행태가 아무리 밉더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신뢰할만한인격을 지닌 후보가 누구인지, 지역발전을 앞당길 후보가 누구인지 세심하게 살펴 신성한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또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을 섬기며 정직하게 일할 일꾼이 누구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결정해야 할 일이다.
21세기 첫 대통령선거인 이번 선거에서 반칙을 일삼는 후보는 유권자들이 배제시켜야 한다. 반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표로써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후보자는 '바담 풍'하더라도 나는 '바람 풍'하는 어엿함을 유권자들이 보여주자.
정치1부장 홍석봉 hsb@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