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절이 있었네
책을 들여다보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기행문일때가 그러한 데, 예민한 감수성으로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하나씩 들춰낼 때 감동은 더해지기 마련이다.
프리랜서인 박원식씨가 사진작가 이한구씨와 함께 펴낸 '바닷가에 절이 있었네'(고요아침 펴냄, 9천500원)는 아늑한 바다와 함께 있는 절과 암자를 한 편의 풍경화를 그리듯 엮어낸 것이다. 웬만한 독자라면 한 번쯤 가보았을 서산 간월암, 남해 보리암, 경주 감은사지, 강진 백련사 등 전국 13개의 절과 암자가 소개된다.
여행을 할 때는 누구나 설레게 마련이지만 지은이는 13곳을 떠돌면서 떠날 때의 모습과 그곳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지은이가 갖고 있는 감성을 하나 하나 풀어낸다.
'밤이면 밤마다 달이 뜨고 달빛이 흐르는 간월암' '연꽃 방죽처럼 남해바다가 아득하게 펼쳐지는 보리암'의 묘사처럼 감수성이 탁월한 문장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빛이 바랜 것처럼 보이는 흑백사진들은 현란한 기술로 편집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당싯당싯' 야트막한 산정을 떠가는새털구름만큼이나 아늑하고 정겹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모두가 꿈속의 일이로다/북망산아래/누가 너이고 누가 나이더냐-경허'.각 장마다 붙어있는 경허, 혜능, 무학대사, 소요대사 등 고승들의 게송(偈頌)은 지은이가 독자들에게 주고 싶어하는 보너스다.
▲영재의 감성사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늘 방송국의 음악담당 PD를 꿈꾼다.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장의 무기를 펼쳐 턴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바늘 끝을 맞추는 그 기분은 쉽게 범접하지 못할 엄숙함까지 함께 한다.라디오에서 '유영재의 가요속으로'를 진행하고 있는 유영재 CBS 아나운서 차장의 경우, 음악 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지난 2월1일부터 방송시간에 청취자들에게 읽어주던 '영재의 감성사전'을 책으로 펴냈다(들린 아침 펴냄, 8천원). 부제는 아스라이 잊혀져 가는 추억 100가지.
외관상으로 보면 음악이야기일 듯 하지만 부제에 나타나듯 우리가 잊고 사는 옛날의 우리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마치 '그때를 아십니까'를 글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첫 이야기는 남자라면 한 번쯤 노트를 찢어 만들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들켜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을 딱지로 시작한다.
'오늘 학교 끝나고 한 판 붙을까'라고 합의를 보는 순간, 비장한 각오로 결전장에 나가지만 왕딱지에게 무자비하게 당하고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기억들이 조금씩 밀려나오는 글이 담겨있다.
이 책에는 흑백 텔레비전, 검정고무신, 고약, 마징가 제트, 동동구리무 등 어디에서 이렇게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과거가 숨어있고,낡은 사진 한장 한장에는 '아 그 때 그랬었지'하고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게 하는 추억이 스며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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