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젊은이들이 12일 히말라야 오지로 떠났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매고 네팔 고산 오지마을로 떠난 이들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환경봉사 활동에 나선 계명대 해외환경봉사단.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히말라야 트래킹이나 배낭여행이 아니라 드넓은 세상에 자신을 던져 넣고 봉사의 참 의미를 찾기 위해 이국 땅으로 향한 것. 저개발국가의 환경개선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자신들이 받은 달란트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0일 낮 계명대 성서캠퍼스 본관 앞. 해외환경봉사단에 선발된 37명의 학생들이 장도에 오르기 앞서 발대식을 가졌다. 단원 모두가 처음 밟게 되는 미지의 네팔 땅. 모두가 들뜬 표정이다. 상아탑에서 책으로만 배운 학문의 윤리성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해보는 기회여서인지 각오도 남다르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버티고 서 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을 직접 몸으로 해결하고 봉사하는 일은 결코 의미가 가볍지 않다. 더욱이 한국 청년들의 기상을 지구촌에 널리 알리는 일은 그동안 기성세대가 엄두도 내지 못한 일.
올해 7월 발족한 계명대 해외환경봉사단이 해외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여름 황사방지 식목활동을 위해 중국에 처음 파견됐다. 38명의 학생과 교직원 등 모두 42명이 중국 임업과학연구원 연구원들과 함께 7박8일동안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황사방지대책구역에서 측백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와 피해를 주는 불청객 황사를 근원부터 막아보자는 뜻에서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나무를 심으며 얻은 보람은 교실 안에서 배운 그 어떤교육보다 값진 것이었다.
이번에는 네팔. 환경봉사 참가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180여명이 지원했다. 선발된 학생은 모두 37명. 여학생도 거의 절반에 이르는 18명이 뽑혔다. 네팔 현지에서 펼칠 봉사활동 성격을 감안, 건축·토목·환경공학 전공학생들을 우선 선발했다.
여기에 간호학, 의류학, 국제학 전공 학생들이 가세했고, 현지에서 한국무용 공연을 위해 무용전공학생 7명도 포함됐다. 경비는 학생들이 30%를 부담했고 나머지는 학교측이 지원했다.
봉사단 학생대표를 맡은 이재활(25·일본학전공 3년)씨는 "학생 신분에서 50여만원의경비가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이자 기회라는 의미에서 선뜻 신청했다"며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뭐든 자신있게 할 수 있어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간호학과 1학년 정지현씨는 "걱정도 되지만 평소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은 네팔에 거주하는 계명대 출신 선배의자세한 특강을 통해 현지 정보도 파악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히말라야 트래킹 인구만도 50만명에 달하지만 봉사단이 찾아가는 곳은 히말라야 오지마을. 힌두교가 국교인 네팔은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특히 12박13일동안 봉사하게 될 팍딩지역은 해발 2천500m의 고산지대. 수도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로 30분 날라가 다시 도보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40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학생 수만 110명. 현지 교사들이 발령받아 오지만 얼마 있지 않아 떠나는 벽지다.
봉사단원들은 난생 처음 가보는 히말라야 벽지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망치와 삽을 들고 초등학교 교사도 짓고 상수도와 화장실도 개보수하는 등 힘든 노동력이 요구되는 주거환경개선활동을 하게 된다. 자재와 장비는 현지 에베레스트재단의 협조로 봉사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미리 준비했다.
8일 한국을 떠나 먼저 네팔 현지에 가 있는 계명대 의료선교봉사단과 합류해 계명대와 자매결연대학인 트리부반대학에서 연합발대식을 갖고 봉사과정의 무사안녕을 비는지신밟기도 치를 예정이다.
봉사단은 공사를 마무리한 후 준공식과 함께 마을잔치도 벌일 예정. 한국무용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도 알리고 태권도 시범, 합창공연, 제기차기, 윷놀이 등을 통해네팔인들에게 한국을 이해시키는 자리도 마련한다. 의류학 전공 학생들은 미리 가져간 옷감으로 의복도 만들어 네팔 주민들에게 한국사람의 따뜻한 인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무용전공 학생들을 인솔해 떠나는 한국무용학과 장유경 교수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현지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일반무대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마음마저 설렌다"고 털어놓았다.
우리의 50~60년대를 연상케하는 네팔 오지마을에서 종교와 사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른 현지 주민들에게 따뜻한 인류애를 전달할 계명대 해외환경봉사단. 젊은이들의 어깨에 '지구촌은 하나'라는 의무감과 넓은 세상을 향한 호연지기가 어느 때보다 의미있게 다가선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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