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눈물 그리고 우승 되돌아본 21년-(15)아쉬운 84년 KS

프로야구 초창기의 스타들은 세월의 무게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도자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가 하면 야구와 인연을 끊고 사는 이들도 있다. 40대로 젊었던 김응룡 감독은 1세대 지도자로 롯데의 백인천 감독과 함께 여전히 현장의 사령탑으로 머물러 있으며 OB의 조범현, MBC청룡의 김재박, 해태의 김성한은 원년 선수 출신으로 사령탑에 올라 있다.

삼성의 초창기 멤버 중 배대웅, 천보성, 이선희, 박승호, 김한근, 오대석, 장태수, 박정환 등은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거나 잠시 쉬고 있다. 이만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코치로, 권영호는 현재 영남대 감독으로 재직중이다.

그러나 한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던 함학수는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규봉도 잠시 지도자 생활을 거쳐 사업에 투신, 야구계와 멀어진 뒤 친구 이선희와 연락을 하는 정도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기록으로 남아있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삼성의 좌절감을 되씹게 했던 84년 한국시리즈에서 이선희는 출장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82년 15승을 거뒀던 이선희는 83년 5승으로 부진,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83년에는 이선희 뿐만 아니라 황규봉, 권영호도 나란히 부진했는데 선수층이 옅은 현실에서 무리한 투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선희는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다 김영덕감독으로부터 다음해에 코치로 기용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선희는 코치가 되지 못하고 85년 MBC청룡의 이해창과 맞트레이드돼 87년까지 선수생활을 계속 하게 된다.

오대석 전 롯데코치도 84년을 아쉬웠던 때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 해 OB와의 경기에서 유격수로 수비하는 도중 병살 플레이를 펼치다 1루주자 이홍범의 이단옆차기성 주루플레이로 인해 한달 이상 부상을 당했다. OB 사령탑에서 삼성으로 옮긴 김영덕 감독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던 OB 선수들의 심사를 나타내는, 다분히 고의성 짙은 플레이였다.

오대석은 부상에서 털고 일어나 그가 선수생활 중 가장 아쉽게 여기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맞게 된다. 김일융과 최동원이 마운드에서 맞대결하며 3대1로 앞서던 6회 오대석은 통렬한 솔로 홈런을 날렸다.

4대1, 쐐기 홈런이 되는 분위기였다. 오대석은 물론 삼성 덕아웃은 기쁨의 물결로 넘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오대석은 덕아웃에서 잠시 빠져나와 담배를 꺼내 피우며 승리의 분위기를 느긋하게 즐겼다. 옆에 하늘같은 유백만 수석코치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오대석은 뒤늦게 유코치의 존재를 알아채고 당황했으나 유코치는 "오늘 같은 날은 한 대 피워도 돼"라며 웃었다. 이렇듯 들뜬 분위기였으나 삼성은 결국 롯데의 유두열에게 8회 역전 홈런을 얻어맞고 주저앉고 말았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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