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월드뷰- (3)유로화 시대 개막

2002년 1월 1일 새벽 0시. 파리, 베를린, 로마,암스테르담 등 서유럽 곳곳에는 반세기동안 이어져 내려온 유럽통합 운동의 '옥동자'유로화의 순산을 맞이하는 축포가 터졌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던 유로화가 이날을 기해 마침내 '유럽시민'의 곁에 현금이라는 실체로 다가옴으로써 인류사상 최대의 통화 실험, 단일통화권 창설의 혁명이 화려한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유로화 구상이 나온지 10년, 99년 서류상의 유로화가 출범한 지 3년 만이었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의 결성과 함께 본격화한 유럽통합 운동이 50여년만에 12개국, 인구 3억이 사용하는 유럽단일통화인 유로로 열매를 맺음으로써 EU의 오랜 꿈이었던 경제통합이 완성단계에 들어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 12개국에 지폐 150억장, 동전 520억개 등 6천460억 유로를 사실상 동시에 배포하는 유로화 도입은 사상 최대의 통화 교환, 1,2차대전의 군 보급을 능가하는 수송작전이었다.

유로화는 출범한지 1년을 맞는 현재 누가 뭐라해도 유럽시민 일상생활의 확고부동한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는 유로 가입국 개별 정부와 유럽연합(EU)의 10년에 걸친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출범 당일 유로화로 꽃을 사 부인에게 선물하면서 "유로화는 유럽통합의 상징인 동시에 유럽 경제 안정과 성장의 도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말 정보통신 업계 거품 붕괴로 미국과 세계 경제가 요동쳤을 때 유로라는 거대한 사슬로 묶인 서유럽 경제는 대서양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견디는 내구력을 과시하며 연착륙할 수 있었다.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 가난한 나라들이 유로를 매개로 공동 통화.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강국들이 빈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때문에 2004년 EU 회원가입을 희망하는 동유럽, 지중해 국가들은 하루빨리 유로랜드에 가입해 경제 안정과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공동통화인 유로는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경제에서 제2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며 EU의 세계 경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유로랜드 공동 통화정책은 개별 회원국의 통화정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재정 운신 폭을 대폭 줄이는 등 각국의 경제주권을 제한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과 회원국 반발은 지난해와 올해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의 와중에서 표면화해 유로랜드, 유럽중앙은행(ECB), 유로의 신인도를 위협하고 있다.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등이 유로를 받치고 있는 큰 축의 하나인 EU 성장안정협약을 지키지않아 EU 집행위가 협약 수정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전문가들은 유럽이 EU와 유로로 상징되는 정치통합과 공동경제정책을 통해 당분간 평화와 번영을 구가할 것이라는 데 큰 이의를 달지 않는다.

20세기에 세계 최대의 전쟁을 두차례에 걸쳐 치른 유럽은 통합운동의 결과 전례없이 오랜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EU가 동구 구공산권으로 '동진'을 거듭함에 따라 유로랜드도 또한 넓어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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