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거듭나다-(하)경영혁신과제

◈'정부 품'벗고 농민과 함께해야

농협은 무한경쟁의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회의 통합은 우리 농업의 최대 불황으로 인해 농가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시기에 이뤄졌다.

농가 부채는 지난 97년 1천301만2천원에서 지난해 2천37만6천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농가교역조건도 지난 97년 95.8%에서 지난해 83.5%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천804억원으로 97년 201억원보다 19배 정도 증가했다.

농협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은행과 달리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효과' 덕택이었다.

IMF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에는 오히려 더 많은 예금이 들어왔고 공공예금 시장까지 석권할 수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농협 예수금 가운데 공공예금 비율은 농협 전체 예수금의 29.8%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모든 은행의 BIS 비율이 10%를 넘어설 만큼 안정을 되찾으면서 더 이상 '정부 효과'에 기댈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농협에는 신경분리라는 지난한 숙제가 남아 있다. 신경분리란 금융업인 신용사업과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따로 떼어내는 것.

농협이 점점 거대 은행화해 가면서 오히려 농민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농협 직원들은 "경제사업은 해마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신용부문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신경분리가 전격적으로 단행되면 당장 경제사업은 수조원의 대출금부터 갚아야 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신경분리는 단계별로 추진하되 1단계로 현 체제에서 신경분리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2단계로 경제 및 신용사업연합회 설립을 통한 중앙회의 신경분리방안이 제시됐다.

또 회원조합의 경영부실을 막고 조합장 직선제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원조합의 대표기능과 경영기능을 분리해 조합장은 대표권만 행사하고 상임이사를 외부의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경영성과에 따라 대의원총회에서 교체를 하는 등 상벌제도를 확립하는 한편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 조합장의 전횡과 독단을 견제해야 하며 조합원인 농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농협에서 발생한 비리사건에서 보듯 직원들에 대한 사명감 교육이 선행되는 것은 물론 시도지역본부 및 시도지부의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감독과 내부감사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호철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협은 하루 빨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협동조합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본래 기능인 경제.지도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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