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올 하반기 채용이 사실상 끝났지만 채용 활황세(본지 10월10일자 보도)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지역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60% 이상이 직장을잡지 못하는 등 취업률이 지난해보다 되레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엔 고용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내년 2월 역내 졸업자 상당수가 졸업과 동시에 실업의 고통에 빠질 위험이 높아졌다.
◇졸업 곧 실업 =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ㄱ대 공대 홍모(25.96학번)씨는 지난 10월부터 입사원서를 써 왔지만 아직 직장을 잡지 못했다. 홍씨는"동기생 40여명 중 현재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2, 3명뿐"이라고 했다.
ㄷ대 사회계열 학과를 졸업할 김모(25.97학번)씨는 10월 이후 20개 이상의 기업에입사원서를 넣었지만 취업을 못했다고 했다. 홍씨는 "월평균 5, 6개에 달하던 기업 신입사원 모집 공고가 지난달 말부터는 갑자기 뚝 끊겼다"고 했고, 김씨도 "이제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아예 대졸 신입사원 구인 공고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영남대 취업정보실 심현철(55) 실장은 "영남대생 취업률은 작년보다 오히려 5% 포인트 가량 떨어져 많은 졸업생들이 취업도 못해본 채 실업 상태에 빠질 상황"이라며 "수시채용이 늘면서 서울지역 몇개 대학의 취업 독식현상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각 대학 취업지도 담당자들은 내년 2월 졸업할 대구.경북지역 4만여명 중 60%인 2만4천명 이상이 지금까지 직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왜 이렇게 됐나? = 취업전문가들은 경기 호불황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기업의 생산구조가 일자리를 적게 창출하는 형태로 이미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한해 60만명씩 쏟아지는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을 다 받아 들이기는 이제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것.
이는 5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1997년 17%에서 올 상반기 7.6%까지 떨어지는 등 고용 흡수력이 감소됐기 때문. 한국은행도 최종수요 10억원 상승 때 유발되는 취업자 숫자가 1990년엔 67.6명에 이르렀으나 95년 34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0명 이하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의 2배에 가까운 6%를 넘을 전망이지만 하반기 채용 기업 대다수가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 작년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지난 5일 합격자를 발표한 KTF 모집 경쟁률은 108대 1에 이르렀다. 노동부 대구지역 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한꺼번에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지난달에 전국 실업자가 1만명 이상 늘었다"며, "대기업 사무직 등 전통적으로 대졸자 일자리로 여겨온 직종의 수요.공급 균형이 깨졌다는 사실을 대학생들은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 취업전문지 '리크루트' 박종민(30) 대리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내년 채용 규모를 확인한 결과 올해보다 줄일 것이란 답변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기업들이 취업 재수생에게 감점을 주고 있어 올 하반기에 취업하지 못한 졸업예정자들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때문에 계명대 경영학과 김영문 교수는 "대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이라는 제한된 길에만 집착하는 것은 이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졸업=취업이라는 사고의 틀을 깨라고 주문했다.
이에따라 계명대 등 전국 각 대학은 앞다퉈 재학생 상대의 창업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내년 ㄷ대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졸업할 김모(25)씨도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전공과 다른 인테리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라는 기업체가 없어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에 취직해 일을 배운 뒤 창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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