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지나면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바야흐로 한 시대가 지나고 또 다른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선택하기보다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가지 조건과 환경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당의 후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들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비방 아닌 비방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후보들이 말하는 다음의 세대는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토피아란 이 세상에선 존재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상국가의 도래를 기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바람일 것이다. 하긴 어느 후보를 통해 이상국가의 실현을 바랄 만큼 순진한 국민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지나친 경쟁심리로 타인을 비방하다보면 자신의 허물을 내보인 것 같아 허망해지는 때가 있다.
우리속담에 남의 눈에 티는 보여도 자신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상대를 비방하다보면 자신의 텅 빈 내면이 들여다보이게 마련이므로 흔히 제풀에 지쳐버리게 된다.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저녁, 한 할머니가 길에 나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뭔가를 찾고 있는 할머니에게 지나가던 사람들이 물었다.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뭘 찾으세요?", "바늘을 찾고 있어". 할머니의 말에 사람들은 함께 바늘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바늘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날이 저물고 있어요. 이렇게 넓은 길에서 조그만 바늘 하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바늘을 떨어뜨린 곳이 어딘지 기억은 나세요?" 아무리 바닥을 훑어보아도 바늘이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차츰 할머니의 기억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억이 나고 말고, 바느질을 하다가 집안에서 떨어뜨렸어". "아니 집안에서 떨어뜨린 바늘을 바깥에서 찾는단 말이에요?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지난날을 돌아보면 작은 머리핀 하나를 찾기 위해 바깥에서만 방황하였던 게 아닌가 하고 당황할 때가 있다. 사람들과의 뜻밖의 오해에서 빚어진 일들을 세상의 무서움으로 착각하고 실망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세상이 메말라졌다하고 인정이 사라졌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개탄을 하면서 정작 스스로도 그 메마름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태어나면서 우리는 본래 사랑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순진무구한 사랑은 세상을 건너오며 자기도 모르게 변질되어 버려서 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남의 허물만 보고 듣고 말하면서 세상 탓으로 돌리는 데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자신의 메마름 속에서 타인의 메마름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랑에 대하여 말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사랑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랑을 위해 태어나 살아가고 있음에도 정작 사랑 따윈 대수롭지 않게 던져버리게 되는 불량품들 같다. 잃어버린 것들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만이 누릴 희망이다.
마음을 여는 프로그램인 '아봐타'의 교재에는 "남의 허물이 얼른 눈에 띄면 나 자신을 바로잡기에 실패한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항상 남의 허물보다 큰 제 허물을 잊고 살고 있다. 감히 말해본다면 용서는 우리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 네가 치유되면 나도 치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 되면 우리는 좀더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매일매일 맞이하는 오늘이 바로 그 새 날이고 새 아침이 아닌가. 우리안의 새 날을 찾아가는 길에 등불을 다는 이는 오직 잃어버린 우리 자신이다. 다가오는 새날에는 안과 밖이 밝아져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빛나는 우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이옥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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