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짧아지는 만리장성

"장성(長城)에 올라보지 않는 사람은 사나이가 아니다". 모택동(毛澤東)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이렇게 위대하게 본것처럼 중국인들에겐 예나 지금이나 장성이 자존심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많이 가는 팔달령(八達嶺)에서 만난 중국인은 우리나라말로 "달에서도 보이는 지구유일의 인조(人造) 건축물이 만리장성이다"는 설명을 해댔다.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생각하는 이상으로 위대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에 동.서양을 막론 동의를 보낸다. 규모도 규모지만 만리장성을 축조한 기간에도 관심이 간다.

▲기원전 7세기쯤 즉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에서 적을 막을 방성(防城)을 쌓은 것이 만리장성의 시작이라고 한다. 축조기간이 무려 2천년.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중국의 여러나라 중 국방력이 약한 나라는 장성 쌓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대목은 결국 백성들의 땀과 피를 짜낸 통치권력의 압제(壓制)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제도 마음을 놓지 못해 장성쌓기에 골몰했다. 30만명의 군사와 수백만명의 백성을 몰아세워 그때까지 띄엄 띄엄 형태로 있는 장성을 연결해 지금의 만리장성이 됐다. 길이가 1만2천700리, 6천350㎞다. 만리(萬里)가 넘는다

▲이 만리장성도 세월에 반비례 해 길이가 짧아진다는 딱한 소식이다. 이미 2천㎞ 정도는 짧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가속도가 붙어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늦어도 2050년이 되면 전체의 길이가 5천리(약2천㎞)로 축소 될것 이라니 우주선(宇宙船)에서 만리장성의 모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만리장성이 아니라 '5천리 장성'으로 불러야 할 딱한 처지를 떠올리면 중국쪽의 무관심이랄지, 늦잡치는 대책이 아쉽다. 최근 민간합동으로 구성한 장성고찰단이 파악한 만리장성의 위기다.

▲만리장성이 이런 상황에 처한 으뜸의 요인은 인위적 훼손이라는게 탐사 조사의 결과다. 무분별한 개발때문에 중국의 국토가 사막으로 변하는 면적이 늘어나고 황사바람에 장성이 견디지 못한다. 모래폭풍으로 매몰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서쪽 지역의 경우는 성(城)이 사라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상황이 어느 지역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인위적 훼손은 우리 문화재에도 똑같은 현상이 아닌가싶다. 다보탑, 석가탑의 파손이나 기울기는 정부적 차원에서 대처는 당연하다. 필요하면 인위적 훼손에 대한 감시기능과 처벌 강화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일은 문화재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아닌가.

최종진 논설주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