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하필이면 이때..."

전체 재적의원 55명 가운데 52명이 한나라당 소속인 경북도의회가 13일 경북도와 전남도의 예산을 비교, 예산 지원이 형평성을 잃고 있다며 대정부 성명서를 채택하기로 한 것과 관련 "왜 하필 선거를 코 앞에 둔 이 때 하는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대통령선거로 치고받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중앙 정치판의 싸움에 휘말려들어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이날 경북도의회 최원병 의장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지적도 대부분 비슷한 것이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최 의장을 비롯한 간부진들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성명서 발의의 명의를 도의원 일동으로 했다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급히 명의를 바꾸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경북도의원 일동이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 명의가 돼 버린 것이다.

비한나라당 소속 의원 모임인 경의동우회 박종욱 회장은 이와 관련 "7대 의회가 되도록 지금껏 가만 있다가 이제 발표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명백한 대선 개입"이라며 "16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도 "지금까지 국회의원들과 집행부가 나서 예산 확보를 많이 했다고 선전해놓고 이제와서 부실했다고 한다면 책임의 일부는 그들에게도 있는 것인데 도의회가 나서 괜히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논란만 일으키고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사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들은 "인구와 가구수에서 경북과 비슷한 지역을 찾다보니 전남이 비교 대상이 됐다"고 했지만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는 다른 지역은 모두 빠지고 전남·전북도만 예시됨으로써 다분히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대구시의회가 회기마저 단축시키며 시의원들을 선거운동에 나서도록 해 비난을 사는 등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경북도의회마저 정치 싸움판에 제발로 걸어들어 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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