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뒤죽박죽 公約, 헷갈리는 유권자

후보들의 공약이 깃털처럼 가볍다. 막판, 두 후보가 선심성 공약들을 기계로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이 공약이 저 후보건지, 저 공약이 이 후보건지 뒤죽박죽이다. 노 후보가 정몽준씨를 유혹하려고 자신의 공약에 정 대표 것을 대량 물타기 하면서 두 후보간 공약과 색깔의 차이는 더 묽어져 버렸다.

유권자들은 그야말로 '이정표 없는 거리'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돌아서갈까', 방황하는 나그네가 돼버린 꼴이다. 도무지 헷갈리는 행정수도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공부 좀 하려나 했더니 1대1 토론마저 물건너가 버렸다.

지금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라. 농어가부채 금리인하·쌀개방 연기·군복무기간 단축·이공대 장학금 지급·신용불량자 구제·주가지수 2000 실현·종교방송국 신설 지원 등등, 도대체 어느것이 누구입에서 나온건가? 당장 북핵문제가 터지자 이젠 저마다 "김정일 만나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둘다 무슨 수(手)로? 한 후보가 군복무기간 두달 줄이겠다 하니까 이번엔 넉달을 들고나왔다. 두 후보 다 국방비 증액문제 알아봤나? 대체병력 확보는 가능한가? 병력조기교체에 따른 전투력 손실문제는? 그런데도 아들 둔 부모들은 "누가 많이 단축시켜 준데?"하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왜들 이렇게 즉흥적인가? 이런 졸속·과장·무책임한 공약은 결국 유권자 호주머니 털 일밖에 더 있는가? 통일비용·임금대책·공적자금 등 돈 들 일을 생각하면 줄여도 시원찮은 판에 무슨 백지수표 남발인가? 이 후보는 성장을 강조하면서 복지예산 뻥튀기고, 노 후보는 분배정의 앞세우면서 연 7% 성장을 약속하니 둘 다 거짓말쟁이다.

행정수도 문제도 그렇다. 두 후보는 왜 서울과 대전만 갖고 얘기하는가? 다른지방은 핫바지인가? 죽어가는 지방살리자고 전국 곳곳에서 '지방분권'이 화두(話頭)인 판에 충청도 노래만 자꾸 틀긴가? 이처럼 급조된 공약, 불확실한 정책의 남발이 전례없는 부동층의 확대로 결과하고 있다. 색깔없는 이회창 후보, 색깔바꾼 노무현 후보가 기권유발의 책임을 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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