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치판에 묻혀버린 '소비 急冷'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소비(消費)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소비 진작은 곧바로 생산 증대로 연결되므로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에는 효과적인 정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장기화 되면 자금이 투기화되고 과소비 심리가 만연, 가계 부실 증가로 인해 금융권이 불안해지는 등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는 '총체적 위기'로 연결될 수있다. 따라서 소비를 적정 수준에서 진정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엔진을 마련하지도 않고 소비만 억압할 경우 성장의 원동력을 잃을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소비자가 늘어 소비자 기대수가 93.4를 기록,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6개월 전과 비교한 소비자평가지수도 80.9로 1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과소비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최근 금융권이 가계 대출을 급속도로 줄이고 있어 앞으로 소비 심리는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가계 빚이 가구당 3천만원에 육박하고 있어 '건전 소비'를 기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을 보면 아직 이렇다할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이 나서야 하는데도 그 쪽도 시원찮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8로 나타났다. 생존전략에 급급, 필요한 투자만 하고 연구 개발비(R&D)까지 줄이겠다고 하니 생산부문에서 동인(動因)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청년실업자는 넘쳐나고, 빈부 격차로 인해 사회 갈등구조는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것이 뻔해 무역환경도 점차 악화될 것이다.

이런데도 내년 경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위기가 대선 때와 자꾸 겹치는 것도 정책 부재(不在) 때문이 아닌가. 대선에 파묻혀 경제 정책이 실종돼서는 안된다. '정치 잔치'에 우리 경제는 모티브를 하나 둘씩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로 안타까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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