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을버스 위기 왜 불렀나-만성적자…운행 들쭉날쭉

운행 2년 반만에 대구 마을버스가 위기에 빠졌다. 발 노릇을 제대로 못해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수입금은 거의 바닥이어서 버스회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수요자·공급자 모두로부터 외면되니 존폐까지 위협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을버스 =6-1번은 달비골 청소년수련관 앞을 오전 9시22분, 9시44분, 10시5분, 10시18분, 10시31분,10시44분, 10시57분에 출발토록 돼 있지만, 지난 11일 경우 9시19분, 9시46분, 10시20분, 10시49분에 운행을 시작했다. 같은 출발점에서 9시20분, 9시47분, 10시14분, 10시30분, 10시48분에 출발토록 명시된 6번 역시 같은날 9시31분, 9시40분, 10시, 10시17분에 출발하는 등 운행시간이 들쭉날쭉했다.

이런 자의적 운행 외에도 마을버스는 "최소 20분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인내심을 가진 사람만이 탈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차 간격이 당초부터 느슨하게 짜여졌다. 2번(서구∼북구)은 25~40분, 5번(성서)은 10~43분, 6번(대곡∼상인)은 13~32분, 6-1번(상인∼월성)은13~33분, 7번(칠곡)은 21~72분, 9번(고산)은 13~39분으로 돼 있는 것.

승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평일 배차 간격이 평균 30여분에 이를 정도이다. 7번은 평일 배차 간격이 최장72분까지 늘어나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실정. 더우기 휴일에는 배차 간격이 2배로 늘어 상황이 더 나쁘다. 2번은 50~100분, 6번·6-1번은 32~65분, 7번은 43~94분, 9번은 40~80분으로 벌어지는 것.

◇지켜지지 않는 첫차·막차 시간 =마을버스 첫차와 막차 운행시간은 지하철·시내버스에 맞춰 오전 6시와 밤 11시30분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작년 8월 승객이 없어 운송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첫차 시간은 6시30분으로 늦춰지고 막차 시간은 밤 9시30분~11시로 슬그머니 당겨졌다.

하지만 느슨해진 첫차·막차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밤 9시 청소년수련관 앞. 이때 이미 6-1번은 운행 흔적이 없었다.혹시나 해서 배차시간에 명시된 밤 9시40분 막차를 기다렸으나 밤 10시를 넘겨도 마을버스는 끝내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밤 9시10분 E마트 월배점을 출발해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해야 할 6번 막차도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날 서구문화회관 앞에서는 오전 6시30분에 첫차를 탈 수 있어야 하지만 2번 버스가 나타나지 않았다. 첫차가 나타난 것은 무려 1시간30분을 넘긴 오전 8시. 이 마을버스는 배차시간을 맞춘다며 10분을 머물다 출발했다.

오전 6시30분, 7시20분 버스가 결행되고 이 버스는 8시10분 출발토록 돼 있는 마을버스라는 것. 그 사이 242번·750번 시내버스는 16대나 지나갔다.한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새벽부터 나와 운행해 봐야 승객이 없기때문에 마을버스는 빨라도 오전 7시는 넘어야 운행을 시작하고 저녁에도 보통 6, 7시만되면 운행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11일 오전 8시10분 서구문화회관 앞에서 어렵게 탄 5번 마을버스에는 다섯 승강장을 지나도록 타는 사람이 5명밖에 안됐다.옆을 지나쳐 가는 시내버스는 출퇴근 시민들과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마을버스는 한산했던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2교대 하는 시내버스와 달리 버스회사들은 마을버스 대당 운전기사를 한 명만 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운전기사의 피로 누적과 결행, 운행시간 불규칙 등 또다른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기사들은 말했다. 한 운전기사는 "배차 간격대로 오전 6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한 사람이 하루 14시간씩 운전하려면 몸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때문에 배정된 운전기사가 아프게 되거나 갑자기 퇴직해 버리면 그 마을버스는 운행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ㄱ교통 경우 지난달 말 기사가 그만뒀으나 적은 월급에 취업 희망자가 없어 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시내버스보다 훨씬 적은 월 100만원 수준.그래서 마을버스는 퇴직 기사가 운전하거나 시내버스 신규 취업 운전기사가 수습 코스로 맡는다고 했다.

현재 마을버스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노선이 시내버스와 차별화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구문화회관에서 칠성시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는 김모(53·여)씨는 "이 노선에 곧바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는데 마을버스를 탔다가 다시 갈아 탈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된 것에는 대구시의 오락가락한 정책이 작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판단했다. 시내버스 노선을 직선화하는 대신 구석구석 연결 역할은마을버스에 맡기도록 계획됐으나 시내버스 노선 직선화에 실패했다는 것. 또 대구시·버스업계 관계자들은 "여론에 흔들리다 보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기형적인 마을버스 노선이 탄생했다"고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애물단지가 되자 마을버스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활성화 대책도 폐지 결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폐지했다가는 시민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현재의 마을버스 소유자인 시내버스 업계 역시 일부 면허 반납 및 운행 중단 요구가 있는데도 강경론으로 선뜻 집약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2000년 말 법이 개정되면서 마을버스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돼, 다른 사람이 나서서 운행을 시작한 뒤 시내버스 노선쪽으로 운행 범위를 넓힐 경우 자신들의 시장이잠식될까 두려워하는 것.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마을버스에 뜻을 둔 사업자가 시내버스 노선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당장이라도 마을버스운행에서 손 뗄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업계는 현재의 6개 노선을 대폭 줄이고 노선을 전면 재조정해 가능성 있는 곳에만 투입토록 하는 것이 마을버스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노선의 직선화 없이는 마을버스 존재 이유를 찾기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시내버스 노선 직선화가실현될 기미가 없다는 것일 뿐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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