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교사가 시험 문제 풀어줘서야

일선 고교의 '내신 성적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서 자성이 요구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시험 직전에 예상 문제를 찍어주는 건 예사이며, 심지어 시험 도중에 문제 풀이를 돕기까지 한다면 큰 문제다.

더구나 문제를 어렵게 내거나 찍어주지 않을 경우 '내신이 떨어져 대학에 못 가면 책임질 거냐'는 식의 학생.학부모들의 원성마저 사는 분위기이라니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런 분위기 때문에 2003학년도 대입에서도 재학생들이 내신 성적이 좋아 수시 모집에 예비합격을 하고도 수능 등급 제한에 걸려 대거 탈락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올해 2학기 수시 모집에서는 대학별 수능 등급에 못 미쳐 최종 문턱에서고배를 마신 예비합격생의 비율이 대학별로 최고 60%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쉬운 문제에 길들여진 재학생들이 수능 시험이 어렵게 나오자 점수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재수생에 밀려나는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지 않은가.

사실 일선 고교들은 지금까지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을 벌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한 경우 학생 수에 관계없이한 반의 대다수가 '수'를 받을 정도의 절대평가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대학들도 내신 부풀리기를 뻔히 알면서도 석차가 아닌 절대평가로 산출해 평가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더구나 내년도 수시 모집 선발 인원이 대학별 정원의 최고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파행이 더욱 기승을 부릴 소지가 적지 않다.

내신 부풀리기는 학생들에게 성적 착각에 빠뜨리게 할 뿐 아니라 대학들의 고교 학생부 불신을 조장해 편법적인 지필고사, 고교 등급제 시행 등 입시를 파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손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부 고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하나 모든 일선 고교로 확산돼야 한다. 차제에 일선 학교가 공교육 붕괴를 자초하는 건 아닌지도 자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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