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가 중요하다고 권투선수가 발로 찰 수 없듯이, 축구 선수가 손으로 공을 집어 넣을 수 없듯이, 이나라의 5년을 책임지겠다는 대통령후보들이 입으로 상대를 물고 뜯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막판3일'이 되자 분위기는 물고 뜯을 형국이다.
승자선 패자악(勝者善 敗者惡)이란 듯이 두 후보 진영은 무책임한 비방전으로 적개심을 부채질하고있으니 괘씸한 것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의 모습에서 당선이 곧 정의(正義)가 아님을 체험으로 알고 있지 않는가.
두 후보의 궤도이탈은 결국 공명(公明)열차의 탈선을 결과한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유권자의 70%가 요구한 바, 물가.고용.빈부.교육문제 등 경제.사회분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는 엉뚱하게도 정치.안보분야에서이전투구(泥田鬪狗)를 계속하고 있다.
동문서답이다. 아니, 두 후보는 북핵(北核)문제와 행정수도를 놓고 완전히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빠져버렸다. 이 후보는 "안정이냐 불안이냐"의 선택을 요구하고, 노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전쟁과 평화를 택일하라"고 강변했다.
내가 떨어지면 세상이 불안해지고 전쟁이 난다니,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외국투자자들이 탈출하고 노 후보가 되면 집값이폭락한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린가? 나는 '로맨스'고 너는 '스캔들'이라면 둘 다 위험한 후보들이다.
엊그제 밤 서울시청앞 촛불시위 현장에서도 수만장의 이 후보 비방유인물이 뿌려졌다고 한다. 노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물도 곳곳에 깔렸다고 한다. 돼지저금통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모두 불법인데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참으로 무책임한 선거전략이다.'이따위' 선거전략을 두 후보가 사흘 더 계속하게 되면 국민통합은커녕 향후 5년은 DJ정권의 재판(再版)이 되고 만다.
흔들리는 유권자들은 오늘밤 마지막 TV토론에서 누가 당당한 정책제시로 국민을 설득하는지를 지켜보시기 바란다. 결국 우리는 이들 후보 중 "누가 더 나은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덜 시원찮은가"를 골라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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