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차 2대 중 1대는 노상주차를 하고 있다. 주차 문제가 이미 도시 관리의 한계를 넘어서버린 것. 주택가.상업지역 골목길은 이미 엉망이 돼 버렸고 간선도로들까지 막히고 있다. 불이 나도 소방차가 못들어가 고스란히 태워야 할 지경. 단순한 통행의 문제를 넘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불법주차 문제는 오랜 숙제가 돼 왔으나 여전히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는 인기 하락을 우려해서, 지방정부는 선거때 표 떨어질까봐 아예 눈을 감아버린 형상. 대구시내 주차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 12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북구 관음동 동아백화점 앞 너비 35m의 왕복 6차로 도로 양편에는 낮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불법주차 차량들이 1km 이상 늘어서 있었다. 이 차들은 버스 승강장까지 점거해 시내쪽으로 달리던 427번 시내버스는 승객을 2차로에 내려주고 지나가야 했다. 만약 달리는 오토바이라도 있었더라면 내리는 승객들이 사고를 당하기 십상인 상황이었다.
거기서 300여m 떨어진 관음중학교 앞 왕복 2차로의 너비 8m 도로는 전구간이 도로 양편 불법주정차로 뒤덮여 있었다. 통과 차들은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밟고 달리고 있었다. 초교 2개, 중학교 1개 등 이 도로에 접해 있는 학교들에 다니는 아동.학생들은 차들 사이를 비집고 등하교 한다. 주부 박금호(46)씨는 "최근 1, 2년새 아파트.빌라.상가가 빽빽이 들어서면서 24시간 내내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한모씨(44)는 "좁은 도로뿐 아니라 상당수 대로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버스 전용차로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 북구만 해도 전용차로가 5개 구간 7.6km에 이르지만 구청은 3년째 태전동 매천고가교 부근에서만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 북구청의 올해 전용차로 불법주차 단속 실적은 10건에도 못미치고 있고 중구.달서구 등 다른 구청도 마찬가지이다.
대구서부소방서 임동권 진압대장은 "새벽 시간엔 3중 주차도 예사라 일반 소형차조차 지나다니기 어려운 골목이 숱하다"고 했다. 불이 나도 속수무책이라는 것. 대구 소방본부 방호과 이소근 담당은 "하루 24시간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구가 67개에 이르고 새벽시간이나 출퇴근 시간대에는 헤아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올해 너비 10m 이하의 5천여개 이면도로 중 255곳을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상습 불법주정차 구간으로 지목했다. 이는 1997년 74곳에서 5년만에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걷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왕복 2차로 이상 너비의 큰 도로에만 별도로 구획되는 인도조차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면도로와 달리 차도변에 주차하기가 쉽잖자 적잖은 차들이 인도로 올라가는 탓. 지난 7일은 토요일이라 은행이 쉬는데도 불구하고 오후 1시쯤 봉덕동 ㄱ은행 부근 왕복 4차로변 인도는 이중주차까지 한 10여대의 불법차량들로 완전히 점령돼 있었다.
인근 남구청네거리~가든호텔네거리 사이 100여m 구간 인도에는 70여대가 불법주차 중이었고, ㅇ동물병원.ㅎ편의점.ㄱ약국 부근은 인도를 피해 행인들이 차도로 다니고 있었다. 일대엔 300~1천여평 크기의 중대형 건물 20여개에 식당 등 100여개 가게들이 밀집해 있지만 갖춰진 주차장은 3개 건물 20여면에 불과했다. 건물들이 15년 이상돼 당시 건축법상 부설주차장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동을 겸해 걸어서 출퇴근한다는 이모(49)씨는 "경찰서 코 앞인 남부경찰서 길 건너편 인도조차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기서 영남대네거리 사이 인도는 거의 매일 차들이 점거해 무심코 걷다가는 다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갑자기 트럭 짐칸의 날카로운 난간이 눈앞에 나타나 깜짝 놀란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