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앨 고어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15일 차기 2004년 대통령선거 재출마의 꿈을 접었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박빙의 선거인단 표차로 패배의 분루를 삼켰던 그는 선거패배 2년만에 다시 대선전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불출마 결심은 그 동안 재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겼던 워싱턴 정계의 예상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고어 전 부통령의 불출마 결정은 지난 11월 중간선거 이후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연말연시 정국을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워싱턴 정계는 한마디로 "의외"라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전체 국민투표수에서는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수에서 25표 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플로리다 주 개표결과를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 혼전 끝에 대법원 판결로 대통령 자리를 부시 후보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정계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드문 2000년 대선결과를 두고 부시 대통령을 "법선(法選)대통령"이라 부르며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정통성에 시비를 제기했다. 대선 패배를 정계은퇴로 간주하는 미국 정치계에서 조차도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재출마를 통한 설욕전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을 정도였다.
그는 그 동안 민주당내 대선 예비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가 재출마할 경우, 다시 후보에 당선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워싱턴 정치관측통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뜻을 비쳤던 고어 전 부통령의 러닝 메이트 조 리버맨 상원의원도 고어 전 부통령이 다시 나서면 자신은 출마치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백악관 당국도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후 고어 전 부통령과 벌일 재대결을 기정사실화하며 그와 하는 재대결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측이 고어 전 부통령의 불출마 보도에 즉각 논평을 삼가며 정국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백악관의 당혹감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바로 그런 정치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차기 대선 불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벌일 재대결 기회를 무산시킴으로써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통성을 입증할 기회를 영원히 박탈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법원 판결로 진 2000년 선거 결과에 대한 최종 판정을 다시 가리려 하지 않고 역사의 심판에 맡겨 버린 것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차기 대선 불출마 결정으로 정치적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역사적으로는 정치적 명예를 오히려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했다고 워싱턴의 정계관측통들은 보고있다.
한편 고어 전 부통령의 불출마를 선언으로 그 동안 출마를 망설이던 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너도나도 출마를 결심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지난 봄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하워드 딘(54) 버몬트 주지사와 지난 1일 출마를 선언한 존 케리(59·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두명 뿐이다.
그러나 톰 대슐(55·사우스 다코타) 상원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조셉 바이든(60·델라웨어) 상원 외교위원장, 리처드 게파트(61·미주리) 전 하원 민주당 대표, 조셉 리버맨(60·코네티컷) 상원의원, 존 에드워드(49·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이 조만간 출마 선언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어 전 부통령이 탈락한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케리 의원과 게파트 의원이 꼽힌다. 그렇지만 1992년 대선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빌 클린턴 아칸소주 지사가 갑자기 나타나 대권을 거머쥔 사례처럼 앞으로 누가 혜성처럼 나타나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는 앞으로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구도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그 동안에 무명 인사들이 나타나 대통령에 당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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