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TV토론 '흥행 실패'의 교훈

세 차례의 대선후보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이번 TV토론이 돈선거.조직선거를 약화시키는 대신 미디어 선거의 활성화를 이뤄냈음에도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 검증에 얼마나 유용했는지는 '불만족'으로 남는다. 그것은 TV토론 진행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97년 토론때 50%대의 시청률이 이번에 30%대로 떨어진 것도 그 증거다.

어젯밤만 해도 그랬다. 1.2차의 정치 및 경제토론에서 맥빠진 싸움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은 이번만은 하고 3차 토론을 기대했다.비록 토론분야가 사회.교육.복지 문제이긴 했으나 장외공방에서 행정수도.북핵.노정(盧.鄭)동맹 문제 등 메가톤급 쟁점들이 폭발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문제는 건드리다 말았다. 도대체 돈이 6조가 드는건지 60조가 드는건지, '서울공화국'에 분명 문제는 있는데노 후보 방식의 해결책이 유효한건지 어떤지, TV토론은 답이 없었다. 북핵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전쟁불사론자'로건드리는 바람에 졸지에 노 후보는 '북한동조론자'가 돼버리는 불상사까지 생겨버렸다. 전쟁불사.북한동조 이면 둘다 대한민국 대통령감으론 부적격자에 해당하는데도 TV는 이 문제를 '장외(場外)혈전'으로 떠넘겨버린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은 원래 흥미가 진진해야 한다. 질문.답변-반박-재반박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후보들의 능력과 성품, 재치와 인간미에서 유권자들은 즐거움과 함께 '선택'을 좁혀간다. 그러자면 후보들은 때로는 치고빠지는 '아웃복서'로, 때로는 거세게 몰아붙이는 '인파이터'가 돼야하는데 우리의 유력후보들은 하나같이 맥없는 '아웃복싱'으로 관전자를 식상하게 한 것이다.

지상최대의 정치쇼라는 주제를 두고도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다음 대선때는 TV합동토론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구체성 결여된 주제, 제한시간문제, 3자토론의 방식도 문제지만 TV3사(社)가 각기 사회자를 달리해가며 색깔있는 공방전으로 이끌 필요가 있음을 TV 스스로가 제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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